▲ 불교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올바른 신행생활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불서읽기를 통해 불교 이해의 폭을 넓혀야만 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전법 또한 바르고 넓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서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서읽기는 바로 불교의 미래를 읽는 것이기도 하다.
'책씨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예상외로 많다. 하지만 멍석이 깔려있지 않다. 경전 독송과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불서를 읽고 싶어하는 불자들에겐 사찰도서관만큼 절실한 것도 없다.
미래는 더욱더 복합적인 신행패턴을 요구한다. 다양화된 사회와 신도들의 분출되는 지적 욕구는 더이상 법당에만 안주하길 거부한다. 그런 점에서 ‘불서 읽기’는 바른 신행의 으뜸 길잡이다. 다양한 불서와 인접학문을 다룬 책들은 스님의 법문과는 다른 또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자연스레 신심이 높아지고, 불자인재도 길러진다. 절마다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도서관을 보유한 사찰은 전체 사찰 수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본사(本寺)급 사찰 가운데에서도 도서관을 갖추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들 도서관은 신도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문을 열어놓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누구든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열람을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책을 빌려갈 수도 있다. 지역 문화공간이자 화합의 장소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서관이 있는 사찰의 신도들은 신행생활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도서관을 큰법당처럼 여긴다. 그리고 법당 속의 법당으로서 명실상부한 불법승 삼보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자긍심도 높다. 불광사 등 모범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몇몇 사찰들의 신도들은 아이들까지도 데리고 와서 불서를 읽힌다. 스님들도 이곳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어 포교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89년 문을 연 서울 사천왕사 도서관. 이곳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독서모임이 열린다. 회원들이 그 주에 읽은 책에 대해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한다. 부처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기쁨도, 그저 눈인사나 나눴던 서로간의 사이가 가까워 진 것도 도서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불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협지도 있고 만화도 있다. 조계사나 불광사 도서관에는 장년층이나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자주 드나든다. 소장하고 있는 장서 중에는 웬만한 소설이나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즐비하다. 사찰 도서관이 포교요람으로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사찰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도서관리 전산화 등 적극적인 관리와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서의 다양화 또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젠 모든 사찰들이 도서관을 구비해야 합니다. 청소년 회관이나 복지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책 속에 있지 않습니까.” 관련 전문가들은 사찰도서관의 필요성을 누누히 강조한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은“사찰은 그 지역의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도 그런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이 한 권의 불서를 빌려갔다면 불자 한 사람 늘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사찰도서관이야말로 이 시대 포교의 한 축을 담당할 중요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는 사찰도서관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공들인 도서관은 신도들에게 ‘쉼터’의 역할도 제공한다. 각종 불교정보를 이곳에 비치, 정보화시대에 발맞추면서 자유롭게 자기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사찰마다 도서관을 만든다면 일반 불자들은 다양한 불서를 손쉽게 읽게 되어 ‘불서읽기 붐’도 조성되고 이에 따라 불서출판도 활성화되어 침체돼 있는 불교출판문화 육성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사찰에 있는 스님들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 스님이 달라지면 신도도 달라진다. 그러면 사찰의 모습이 달라지고 불교가 달라진다. 그 시작이 바로 ‘책 읽기’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도서관들이 도서관리 전산화 등 적극적인 관리와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 장서의 다양화는 물론 운영상의 어려움도 토로한다. 효율적인 유지와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또 사찰도서관을 만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스님과 신도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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