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규(淸規)란 총림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생활규칙을 말한다. 당나라의 백장 회해(749~814)선사가 처음 만들었다. 정식명칭은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다. 원래 백장선사가 선종 사원의 규범을 성문화한 것을 ≪고청규(古淸規)≫라고 하였는데, 선종이 독립된 사원과 제도 등을 미처 갖추지 못하였을 때 법당, 승당, 방장 등의 제도를 설정하고, 대중들에게 각 직책을 규정해 놓았다. 이것이 후대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것을 1335년 원나라 때 순제의 칙명을 좇아 정리해 시행한 것이 ≪칙수백장청규≫다.

‘청규’란 말에는 불교의 평등사상이 오롯이 녹아있다. 출가한 무리의 출가수행하는 스님을 일컫는 청정대해중(淸淨大海衆)의 ‘청’과, 수행자가 지켜야 할 규칙인 규구준승(規矩準繩)의 ‘규’를 합친 말이 곧 청규다.

모든 강물이 흘러 바다로 흘러들면 이전의 이름과 연원은 사라진다. 바닷물과 한 맛이 되고 바다와 같이 청정해지고 한결같이 ‘바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출가 수행자도 이와 같아서 출가 이전의 신분이나 경력은 모두 지워지고 오로지 ‘해탈’이라고 하는 한 가지 맛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1102∼1106년 종색자각선사가 편찬한 《선원청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원청규≫는 총림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세밀하게 분류해 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고려의 지눌은 이 ≪선원청규≫의 구성과 내용을 인용해 1205년 《계초심학인문》이란 뛰어난 저술을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쨌든 《칙수백장청규》는 선종 청규 가운데 가장 많이 간행되고 널리 쓰인 청규이다.

요즘 종단에서 현대사회의 생활규범에 맞는 ‘승가청규’를 제정하고 대중에게 발표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엄격한 계율정신을 요구받는 출가가 이번 청규를 통해 확실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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