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문화재 밀수단이 일본 쓰시마(對馬)섬 간논지(觀音寺) 본당과 가이진(海神) 신사에서 훔친 불상 두 점을 몰래 들여왔다. 대전지방경찰청과 문화재청에 의해 붙잡힌 문화재밀수단이 들여온 불상 두 점은 2월 26일 서산 부석사가 낸 일본 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대전지법이 받아들여 국내 보관 중이다.

두 구의 불상 중 한 구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동조여래입상이고 다른 한 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관세음보살좌상이다. 이 두 구의 불상을 놓고 한일 양국이 서로 반환하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관세음보살좌상의 환수에 불교계와 지역단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점검해본다. 

상투머리를 한 관세음보살좌상은 복장에서 나온 기록으로 고려시대 서산 부석사에 봉안됐던 불상인 것이 확인됐다. 1951년 5월 당시 간논지 주지 안도스님이 청소를 위해 불상을 옮기다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관세음보살좌상 복장유물에는 ‘남섬부주 고려국 서산땅 부석사 당주 관음주성결연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1984년 동국대박물관 대마도학술조사팀이 촬영한 결과물도 있다. 1996년 당시 서산 부석사 주지 도광스님이 일본 후쿠오카시 공보실을 방문해 관세음보살좌상이 서산 부석사 불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간논지 주지에게 불상 환수를 요청하는 등 민간의 환수노력은 이미 17년 전부터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2월 4일 일본 문화재청 전문조사관 등 일본 측 전문가들과 함께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불상의 진위 여부를 판별했다. 당시 양국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불상이 일본 도난 불상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3월에는 불교계와 전직 외교관 국회의원 문화재제자리찾기 등이 함께 힘을 모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위원회(이하 봉안위)’와 서산시 지역 사회단체가 결합한 ‘서산 부석사 관음상 봉안협의회(이하 봉안협의회)’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성돼 문화재 환수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서산 부석사 원우스님 등이 지난 3월 부석사 관음상 환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간논지를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다.

지난 5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는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과 문화재 환수운동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원우스님(서산 부석사 총무)은 금동보살좌상의 약탈 근거로 △1973년 공개된 복장기(1330년 조성)에 정당한 교류라면 있어야 할 이운 기록과 관음사 관련 복장기가 없다 △불상의 파손 상황 △간논지 관계자들이 불상의 정확한 출처를 모른다는 세 가지 이유를 약탈 근거로 제시했다.

서산시청에서 지난 7일 열린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봉안’ 학술발표회에서 문명대 명예교수(동국대)는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상은 1330년 고려 충선왕 즉위년 즉위일에 부석사 당주로 봉안하기 위해 조성됐다”며 “1370년 전후 서산을 다섯 차례 이상 침탈했던 왜구들이 약탈해서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에 봉안했다”고 주장했다.

문명대 명예교수는 이어 “이 보살상은 고려 후기 불상과 보살상중 최고 수준의 걸작”이라며 “약탈품이 거의 확실한 만큼 두 사찰이 불교적 인과법으로 합의하는 선에서 원래 봉안장소인 서산 부석사로 귀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서산시(시장 이완섭)의 입장은 “관세음보살좌상은 본래 서산 부석사에 모셨던 불상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복장유물에 남아있는 만큼 서산 부석사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도 그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봉안협의회(공동대표 도신스님 외 3인)는 불상의 부석사 반환을 촉구하는 궐기대회와 가두서명운동을 통해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찾기에 힘쓸 계획임을 천명했다.

이 같은 한국의 반응에 쓰시마시의 반환 요청도 거세질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가라베 야스나리(財部能成) 쓰시마시장이 이르면 내달 한국 문화재청을 방문해 쓰시마섬의 절 간논지(觀音寺)에서 도난당한 ‘관세음보살좌상’의 반환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4월말부터 쓰시마시 주민 1만6천8백명의 서명도 전달할 계획이다.

여기에 위작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완규 주성장(鑄成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7호)은 12일 “300여 점에 달하는 불상 사진을 입수해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우리 전통 주조방식이 아닌 20세기에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위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불상 표면에 화학약품을 사용해 착색한 흔적이 있고 △전통 주조 방식의 불상에서 속을 비게 하기 위해 만드는 중자 받침용 사각 구멍이 보이지 않으며 △불상 표면의 두께가 전통 주조 방식과 달리 지나치게 고르다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불상 성분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은 도난 이후 한국에 들여올 때 부산항 문화재 감정에서 위작으로 판단한 것에서 시작한다. 당시 부산항 문화재 감정관은 금동불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형태의 녹과 고색 처리를 한 흔적이 있어 위작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이상근 공동대표는 “봉안위는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의 소장경위와 보관문제, 잘못된 표기 그리고 약탈의 정황 등을 정리해 7월 중 유네스코와 국제박물관협의회를 방문, 유네스코와 한일양국이 조사 연구할 것을 요청하는 요청서 등을 전달하고 관련자를 면담할 계획”이라며 “이천오층석탑 등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서산지역 중심의 봉안협의회와 봉안위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는 7월 쓰시마시가 도난 불상 반환을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한다면 불상 반환 문제가 다시 한 번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은 서산 부석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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