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교구본사 주지 스님이 선학원에 회의하러 간다고 대답한 내게 말했다.

“적당히 타협해서 잘 해보라 하세요.”
“종단에서 선학원을 해체하려는데 어떻게 양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 스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물었다.

“선학원 해체가 가능하기나 해요?”
“법인법에 이사 3분의 1 이상을 총무원장 추천,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은 스님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종단에서 선학원을 장악하여 해체하려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것 말고는 또 뭐가 있어요?”
“인사권을 총무원장이 가지려 합니다. 선학원을 종단의 본사처럼 만들려는 거죠.”
“그거 문제네요.”

그 스님과의 대화는 짧게 끝났다. 곁에 있던 종회의원 스님은 거기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이 대화를 통해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째, 본사 주지 스님이 선학원 관련, 법인법 내용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본사 주지 스님이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종단의 중심인 교구본사 주지스님조차 법인법으로 선학원을 장악하려는 총무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둘째, 이사 3분의 1 이상으로 인해 재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사 3분의 1 이상이면 안건을 발의할 수 있고, 몇 가지의 수단을 동원하면 선학원의 정관을 의도대로 개정할 수 있다. 그 스님은 본사 주지로서 총무원의 그런 의도를 전혀 모르고 있다.

셋째, 선학원의 인사권을 총무원장이 갖게 되는 걸 본사 주지 스님조차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조계종이 법인법을 성공시키려면 그 뜻이 순수해야 하고 종단 구성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이를 살펴보면 특정 문중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교계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온 형국이다. 거기에 이해가 얽힌 몇몇 스님들이 동조하는 모양새다.

오래지 않아 진실은 드러난다. 그런 꼼수는 통하기 어려운 법이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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