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가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간 충남 공주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전통불교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주제로 진행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각 종단 대표스님들이, 일본에서는 정토종 광명사 법주 미야바야시 쇼겐스님 등 200여 지도자가 자리를 함께 한다. 우리가 이번 대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아베 총리의 망언 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양국 갈등을 해소할 명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마침 대회 기간 중 2009년 한일불교교류 30주년을 기념해 여주 신륵사에 건립한 ‘인류화합공생기원비’에 담긴 과거사 참회 및 인류화합 기원 정신을 계승하자는 공동선언문을 채택 발표키로 했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일 양국불교 지도자들의 뜻이 모아져 18일 봉행되는 ‘세계평화기원법요식’에서는 일본측 스님들이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른 망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만남으로 그쳤던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이고 진일보한 양국불교의 회동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세계평화는 불교가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의 추구다. 따라서 인종과 민족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불교인이라면 마땅히 앞장서야 할 일이다. 마침 양국 불교의 지도자가 정기적인 대회 행사를 통해 사회적 현안으로 회자되고 있는 ‘갈등을 통합으로, 불통을 소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수록 이를 해소하기 위한 종교인의 노력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볼 때 일본불교 지도자들의 사과 표현은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훌륭한 전례가 되어 향후 또 다른 정치적 파장으로 인한 양국간 갈등국면이 조성될 때 불교계가 조언자 또는 중재자로 역할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불교문화교류협의회가 이번 대회에 남다른 기대를 표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국불교지도자들의 전진적인 자세를 환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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