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뿐만 아니라 종단 형태의 모든 법인을 해산하고 종단에 귀속하는 걸 목표로 해요.”

사석에서 내가 조계종의 한 인사에게 법인법 제정의 이유를 물었더니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개인적인 소견을 말한 것인지 아니면 종단 핵심부의 생각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법인법을 들여다보면 그의 말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법인법 제10조에는 ‘정관상의 임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제4항에 “(선학원은) 이사 중 3분의 1 이상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추천으로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은 자로 구성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인법에 왜 유독 선학원만 따로 지칭하여 이런 규정을 명시했을까? 그건 반발을 최소화 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덩치가 큰 선학원을 우선 자신들의 뜻대로 장악하고 나서 법인법을 개정한 후 다른 법인들을 건드려도 늦지 않을 테니까.

법인법 제10조 제4항은 사실상 선학원의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의 권한을 침해하는 조항이다. 법인법 제4조에는 ‘법인의 권한 침해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이 법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종은 종단에 등록한 법인의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 권한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말한 ‘특별한 정함’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제10조 제4항이고, 법 운영의 주체자인 총무원장이 3분의 1 이상의 이사를 통해  선학원을 장악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선학원의 권리보장’을 규정한 총무원법 제24조, “재단법인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재단법인으로서의 고유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조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서로 배치되는 법을 그냥 둔 상태에서 총무원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걸까?

우리는 법인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법인법의 ‘목적’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200개나 되는 법인에 대한 '종단의 지원과 관리’에 필요한 법이니까. 그러나 그 명분 뒤에 감춰진 칼날이 선학원의 해산과 종단 귀속에 맞춰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선학원이 법인법 협상에 응할 수 없는 이유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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