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 처음 시작할 때 가진 마음가짐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초심은 순수하다. 순수한 마음이 지켜져야 불교공부가 되고 부처님의 깨달음에 당도할 수 있다. 초심은 시작이며 최후까지 지켜야 할 마음이다. ‘흔들고’ ‘쪼개고’ ‘넘길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본원(本願)이다.

‘처음처럼’이 초심이다. 가장 순수했던 신심. 그 순수한 신심을 일으키는 경전이 《초발심자경문》이다. 〈계초심학입문〉, 〈발심수행장〉, 〈자경문〉을 합친 본으로 불교입문의 필독서다. 승가에서는 사미과(沙彌科)의 기본교재로 수행에 임하는 기본자세와 정신을 이 책으로 가르쳤다.

《처음처럼》은 지안 스님(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장)이 지은 순수한 마음에 대한 강설서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강주로서 스님은 《초발심자경문》을 후락들에게 현대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강설한다. 한문 경전은 언제나 어렵다. 지안 스님은 어려운 경전을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원전 풀이와 함께 강설과 주를 따로 넣었다.

지안 스님은 기억한다. “학인 시절 어느 노스님에게 들었다. 《초발심자경문》 한 권만 똑똑히 배우면 평생 중노릇 잘할 수 있다”고. 학인을 가르치는 교수인 스님이 “사미과, 사집과, 사교과, 대교과를 거치며 여러 과목을 공부한 후 사교입선(捨敎入禪:일정한 교리 연구를 다 마치고 선(禪) 수행에 들어감) 하지만 사실 수행에서 그리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발심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하는 것은 ‘처음처럼’ 지키기 어려움 마음에 대한 고백일 듯하다.

지안 스님은 〈자경문〉의 백미를 ‘주인공아, 내 말을 들어라!’란 대목으로 꼽았다. 스님은 “‘주인공아, 내 말을 들으라’ 이 말은 자기 영혼을 들여다보는 가장 진실한 말”로 “내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죠.”라고 강조한다.
자기 정체를 확인하기 위한 ‘내가 누구냐?’라는 말과 상통한다. 주인공을 찾는 일은 불교의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내가 누구인가 아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의식이자 관찰이다. 나를 보면 부처를 본다는 말이 있을 만큼 주인공을 찾는 일은 불교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하다.

지안 스님은 조계종이 설립한 종립승가대학원의 책임자이다.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 강원 강주를 시작으로 교육원 고시위원과 역경위원장을 지냈다. 35년간 교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쓴 조계종 승가교육의 산증인이자 대표이다. 스님은 그동안 후학들을 위해 많은 경전을 해설했다. 그 결과물이 《기신론 강의》, 《신심명 강의》, 《기초경건해설》, 《보현행원품 강의》,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등을 지었고,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등을 번역했다.

지안 스님의 《처음처럼》은 1950년 강진 무위사 ‘초발심자경문’ 목판본을 저본으로 한문 원문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려 노력했다. 저본과 한문 원본이 다른 것은 스님이 해설을 달았다. 책은 서문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誡初心學人文)’과 ‘발심하여 수행하라(發心修行章)’, ‘주인공아, 들어라(自警文)’, 해제와 부록으로 이어진다.

지안 스님의 《처음처럼》은 조계종출판사가 기획한 ‘참불서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지안 스님/조계종출판사/10,8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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