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이 종이신문 <불교저널>을 창간하였습니다. 보시다시피 풍성한 내용을 싣지도 못하였고 심도 있는 기사를 싣지도 못했습니다. 편집이 세련되지 못할 뿐 아니라 눈길을 끄는 광고조차 없습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 시대에 뒤졌다고 보실 수도 있고,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린들 멋을 모르겠습니까, 맛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우리의 여건이 그러니 이 정도에서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겁니다. 문제는 모양이 아니라 내용이니까요.

<불교저널>의 편집 방향은 명확합니다. 불법(佛法)의 잣대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재단법인 선학원의 기관지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어쭙잖게 정론(正論)을 표방하지도 않을 것이고, 종권(宗權)의 눈치를 보거나 광고주에게 영혼을 팔지도 않을 것입니다.

<불교저널> 관계자는 발행인 스님과 저, 그리고 김종만 편집실장과 손강훈 기자입니다. 실무자는 단 두 명에 불과합니다. 경력기자를 한두 명 더 보강하려 합니다만 인물난과 재정문제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우리 재단은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건립 불사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예산이 29억원 확보되어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셨겠지만 불사 전체 규모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재단을 누르는 재정 압박이 어느 정도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명한 법률격언으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일정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행사에 법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선학원에 대한 외부의 도전이 만만찮은 지금, <불교저널>은 선학원 소속 스님들이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가 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것이며, 분원 스님들의 권익을 지키는 갑옷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북 / 편집인, 보성선원 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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