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아프다. 하지만 그러한 숨이 헉헉 막히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유토피아에 대한 우리의 꿈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사랑 시 만을 고집하는 불자 시인 문정희(文丁姬)의 시집, ‘귀연(貴緣)’에서 뿜는 향기 역시 지친 영혼을 맑히는 ‘정화수’라 이름 붙이고 싶다. 짧고 간결한 동시 체 형식의 시어는 얼핏 보면 단순하고 유아적인 어리숙함이 엿보이는듯 하지만, 유심히 드려다 보면 조그만 미물 하나에도 사랑이 엉겨붙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지엽(시인, 경기대 교수) 은 해설에서 이러한 문정희(文丁姬)의 시적 감정을 허기진 이들에게 뜨끈한 음식처럼 따스한 위안이 될 것이라 했다. “시인의 마음은 낮아져 상처받은 이들의 편에 서있습니다. 음악의 선율 하나에서도 시적 상상력을 가져오고 이를 마음 아픈 이들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시인이 아름답습니다” 라는 표현으로 문정희의 시의 근본적인 동력은 따스한 ‘사랑’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의 시〈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서 보여준 내용처럼( 찬바람 이는 저녁 / 뜨끈한 음식 차려주어 고맙다 /참 고맙다/온 세상 뱃속 허기진 이에게/ 푸짐한 햇살 가득 실어나르는 /그대의 엄청난 노고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니 ) 文丁姬의 시를 감상해보면 우선 그의 시에선 사람 냄새가 촉촉하게 난다는 점이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보고 싶을 눈물 꿀꺽 삼키고/ 저릿저릿 아파하다가 시 그릇에 널 담았다/ 세월을 콱 물어도 지워지지 않아서 ”(〈그래도 네가 그립다〉) 의 표현이라든가, “빗방울이 잠자는 널 살포시 깨워/ 고마워서 울지?(〈빗물에 젖은 꽃봉오리〉의 시적 묘사만 보아도 文丁姬의 시는 우리의 거친 삶을 반성하는 하나의 소통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법현 스님/서울 열린선원장, 종교연합문인회 고문

문정희 (文丁姬) 는 제주 서귀포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를 나와 《한국수필》에 〈멋진 그림과 시〉와 《시세계》에 〈내가 늙으면 〉외 5편의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는 시집《내가 좋아하는 이름 지금 말할까》, 《우린 마주보며 웃었다 》, 《귀연》, 《누구나 떠나 사는 사람들이련만 》과, 산문집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 등이 있다. 현재 경기대 겸임교수이자 종교연합문인회(회장 장백일 교수,문학평론가) 총무로 있으며, 종교문예지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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