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호 박사
미얀마의 부처님 오신 날은 남녀노소 모두가 긴 행렬을 지어 파고다로 향한다. 그리고 성스러운 보리수에 물을 뿌리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물단지를 머리위에 이고 줄을 맞춰 보리수로 향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러한 행렬의 선두에는 항상 연주자들이 동반한다. 북과 놋쇠로 만든 두 개의 원반을 한 쌍을 이룬 타악기, 각종의 피리, 대나무로 만든 딱다기 등의 전통적인 악기들이다. 이러한 여러 악기들의 연주로 흥겨운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다.

젊은 남자들은 사람들이 흥이 돋도록 생동감 있는 춤을 추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에 모든 사람들은 율동에 맞춰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 보는 사람도 절로 흥겹게 한다. 이 때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운 남녀 간의 사랑의 노래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의 어여쁜 소녀여 서두르자.
나는 그대를 고통이 다한 열반에 이끌고자 한다.

이것이 인생의 최고 목표이다.
나는 이를 위해 노력하리라.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당신은 착하고 덕스러움으로 충만하다.
오! 보라, 땀방울에 젖어 있는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오! 너무 애쓰지 말라, 그대여.
내가 그대를 도울 것이다.
당신을 위해 물단지를 나를 것이다.

열반을 위해 함께 가자는 노래이지만 상당히 남녀 간 연정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청년은 물단지를 이고 가는 사랑스런 소녀에게 열반 성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하자고 노래한다.
▲ 미얀마 짜익티요 파고다 광경

이 노래를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불교의 최고 목표인 열반 성취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여정이 필요하다. 이를 성취하기까지는 많은 기쁨과 함께 또한 피할 수 없는 고통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결코 상심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긴 여정을 위한 조력자인 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노래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단지 이생만이 아닌 모든 미래 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 생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 만약 우리가 새로 태어난다면 우리는 같은 나무에 같은 둥지를 틀 것이다”와 같은 통속적인 남녀 간 사랑 이야기가 곁들어진 노래로 흥을 돋운다.

아마 그래서 성스러운 부처님 오신 날이 세속의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한 마당이 될 수 있을 것이리라.

-조준호(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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