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더위가 갑작스레 찾아온 6월 20일. 관악산 길상사(주지 묘행 스님)에 ‘문화공간 지대방’이 개설되고, 야생화가 오색(五色) 자수로 피어났다. 길상사 한주 정위 스님이 혼신을 다해 마련한 ‘문화공간 지대방’을 처음 공개하고, 흥륜사(경주) 주지 법념 스님이 정성스레 수놓은 야생화 자수展을 마련한 것.

사찰 내 비공식 공간이었던 ‘지대방’이 차와 음식을 배우고 나누고, 강연 전시 공연 등을 즐기는 ‘격외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관악산 끝자락에 앉은 길상사(서울 관악구 봉천7동)가 2002년 현대적 도심사찰로 길상사를 일신할 때 남겨두었던 지하 1층 165㎡ 공간에 ‘문화공간 지대방’을 개원하고 처음으로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사찰에서의 지대방은 ‘큰 방에 딸린 부속실’정도의 개념으로, 사부대중이 ‘엄격한 사중 예절’을 벗고 차담(茶啖)을 나누는 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길상사의 ‘문화공간 지대방’은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여느 사찰 지대방과는 사뭇 다르다.
옛 건축부재로 만든 찻상, 마루, 창틀 등은 ‘문화공간 지대방’의 멋스러움을 한층 더해주며, 이곳을 찾는 불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또 넓게 개방되어 있는 중앙 홀에서는 각종 강연 전시 공연 등이 진행되기에 넉넉하다. 단아하게 설치된 주방은 전통 차와 커피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요리를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길상사 한주 정위 스님이 ‘여백의 미’와 ‘따뜻한 이미지’에 초점을 두고 기획한 ‘문화공간 지대방’은 ‘Total Interior 쉐이리’가 길상사 옛 건축부재를 활용해 골격을 잡았다. 여기에 ‘BSK(Black Smith Korea)’가 철제 소품을, ‘규방도감’이 패브릭 소품을 맡아 완성했다.
“기존에 있던 공간을 2개월여에 걸쳐 새로 단장해 여백의 미를 살려 지대방으로 꾸몄다”고 설명한 정위 스님은 “서울대학교와 가깝고 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만큼, ‘지대방’을 학생 스터디와 직장인 워크숍 장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지대방 운영 수익금은 ‘국제환경운동’등에 기부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위 스님은 “전시회도 연간 3~4회 개최할 것”이라며 “주택 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공간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이곳(봉천동 일대)에서, ‘문화공간 지대방’은 지역주민의 ‘친교와 화합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문화포교의 청신호를 밝혔다.
한편 이날 문화공간 지대방에서는 야생화 자수展도 열렸다. 길상사 주지 묘행 스님의 오랜 도반인 법념 스님(흥륜사 주지, 경주)이 길상사의‘문화공간 지대방’ 개원 소식을 듣고 자신이 오랫동안 오색 실로 정성스레 수놓은 야생화 자수 34점을 선보인 것.
“매화 밭 터널을 지나는 느낌처럼 아름답고 편안한 길상사의 ‘문화공간 지대방’자체에서 인연을 만들어 내는 힘이 느껴진다.”며 문화공간 지대방의 첫 인상을 전한 법념 스님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조용히 혼자서 피고 지는 들꽃들을 보면서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전시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자신이 출품한 야생화 자수 작품을 소개했다.
에델바이스, 어성초, 구절초, 동백꽃, 금낭화, 제비꽃, 자귀나무꽃 등 자연 속에서 본 야생화들과 고추, 등나무, 싸리 등 시골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속식물이, 스님의 자상한 설명 한 구절 한 구절에 고운 색실로 단장한 채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자수가 어렵긴 하지만 현대인에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고 인내를 기르는데 좋은 수행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법념 스님은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학술분야에 진력을 다하고 있는 불교학자들의 연구 후원금으로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념 스님은 “길상사 지대방이 다양한 계층과 분야가 교차되고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포교의 구심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선학과 다도를 강의하며 틈틈이 자수를 한 땀 한 땀 수행하듯 놓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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