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서(避暑). 더위를 피하는 계절이 다가온다. 산으로 바다로, 또는 해외로 더위를 피하러 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더 큰 더위가 버티고 있다. 더위를 제대로 피하기 위해 이번 여름 산사로 떠나보자. 템플스테이를 통해 나를 괴롭히는 더위의 정체를 알아보자. 내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더위가 저 멀리 달아날지도 모른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는 템플스테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맞춰 처음 선보인 템플스테이는 이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프랑스인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고 싶다고 답한 바 있다. 템플스테이는 최근 서울특별시가 주최하는 2008년 서울관광대상에서 최우수 서울 여행상품(국내 부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2년 33개 사찰로 시작한 템플스테이는 현재는 전국 87개 사찰로 늘어났고 참가자도 월드컵 때 999명, 아시안게임 때 1567명이었던 것이 2006년 7만914명, 2007년 8만1652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참가자도 지난해 처음 1만명을 돌파해 1만3533명으로 증가했다.
이제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1박 이상 머물며 사찰 체험을 한다'는 큰 테두리를 유지한 가운데 내용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각 사찰의 자연조건과 사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다보니 이제는 참가자들이 자신과 잘 맞는 사찰과 템플스테이를 골라서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가족 단위, 어린이, 외국인, 해외 입양아, 다문화 가족 등 대상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비는 대부분 1박 기준으로 일반인 4만~5만원, 청소년 3만~4만원 내외, 초등학생은 2만~3만원 내외이다.
최근엔 남부지방 사찰을 중심으로 차(茶)를 직접 따고 덖는 등 차 재배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도 늘어나고 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는 조계종문화사업단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참가를 원하는 사찰을 골라서 직접 문의하고 예약하면 된다.

불교문화 체험형
순천 송광사의 '성보 및 암자 순례'와 오대산 월정사의 '5대 암자 순례', 해남 대흥사의 '현판 서각 만들기', 구례 화엄사의 '화엄석경 탁본', 경주 골굴사의 '선무도 체험' 등 각 사찰의 고유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통문화 체험형
사찰뿐 아니라 지역 문화까지 아우르는 유형이다. 여주 신륵사의 '목아박물관, 명성황후 생가, 영릉(세종대왕릉) 방문', 경주 기림사의 '경주 역사문화 유적지 탐방' 등이 예이다.

생태 체험형
지역의 자연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서산 부석사의 '천수만 철새 탐조', 부안 내소사의 '능가산 트레킹', 제주 약천사의 '오름 생태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수행형
기간도 1주일 이상이며 본격적인 수행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개월 가량 삭발하고 실제 스님들처럼 수행하는 월정사의 '단기 출가학교'는 벌써 17기(접수 마감)를 맞았다. 해남 미황사의 '참사람의 향기', 김제 금산사의 '참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도 대표적인 수행형 프로그램이다.

차(茶)문화 체험형
조선 말 초의 선사가 머물며 차문화를 일으킨 해남 대흥사는 '초의 스님 선다일여(禪茶一如)'를 주제로 7~8월 템플스테이를 개최한다. 지리산 화엄사 쌍계사, 금제 금산사 등에서도 연중 차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
초등학생 등에게 전통 예절과 한문을 함께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해남 미황사, 서산 부석사 등이 운영한다.

외국인 참여형
강화 연등국제선원을 비롯해 전국 25개 사찰이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편집실/

여름수련회도 대폭 늘어
‘그 자체가 극락정토

7,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수련법회가 개최된다. 올해 수련법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경기 화성 용주사(주지 정호스님)는 ‘문화의 향기, 전통의 숨결, 아름다운 산사’를 주제로 한 여름 효행수련회를 연다. 효행본찰인 용주사는 사찰 역사와 문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강원 평창 월정사 수련회는 6월 24일부터 24일간 열리는 단기출가와 7, 8월에 예정된 단기 수련회로 구분되며, 18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교실 등도 따로 마련했다.
충북 보은 법주사는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수련회를 연다. 먼저 7월21일부터 23일까지 초등학생을 위한 수련회를 열고, 7월25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지는 2차에서는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남 공주 마곡사는 7월15일부터 선수련회를, 7월19일부터는 세차례에 걸쳐 가족대상 템플스테이를 개최한다. 또 초등생, 중고생 수련회도 준비하고 있다.
예산 수덕사의 여름 선(禪)수련회도 이어진다. 오는 8월6일부터 23일까지 3차례에 걸쳐 수련회는 좌선, 행선 등 수행과 유서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북 김제 금산사는 불교문화를 흥미롭게 응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다담과 발우공양 스님과의 대화 등은 물론이고 이른 새벽에 실시하는 선(禪)체조와 ‘일출 보며 참선하기’ ‘별보며 잠자기’ 등 청소년 인성개발에 긍정적인 프로그램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는 ‘쌍계루에 기대어 나를 보았네’라는 주제로 네차례에 걸쳐 ‘참사람 수련회’를 연다. 이번 백양사 수련회에는 백양사 주지 성오스님을 비롯, 백양사 유나 지선스님, 전 교육원장 암도스님, 불회사 회주 정연스님 등 8명의 스님이 법문을 펼칠 예정이다.
산사수련회는 스님들의 수행법을 따라하며 복잡한 마음을 털어내는 기회다. 7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올해 휴가계획을 미리 설계해 보자. 짙은 녹음과 시원한 물줄기가 함께하는 산사에서 ‘빨리 빨리’의 마음을 내려놓고, ‘쉬엄 쉬엄’ 걸어가는 숲길. 그 자체가 극락정토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