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이 들어선 지 4년 남짓하지만, 20년을 훌쩍 넘긴 법연(法緣)으로 똘똘 뭉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사찰이 있다. 2005년 말 대구 북구 학정동에 앉은 대원사(회주 정민 스님, 주지 현정 스님)다. 명봉산 대원사 경내 모습.
‘마음공부’를 서원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경구가 있다. “수행은‘훌륭한 스승’과 ‘좋은 터’ 그리고 ‘용맹한 노력’등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이 말은 대원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대원사 스님 모두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수행처인 해인사 삼선암의 선근을 이은 수행자들이고, 대원사 터 ‘학정동’ 일대는 명봉산 기운을 한껏 받은 넓은 들녘으로 ‘학이 날개를 펴고 머무는 지형’이라고 하니 ‘좋은 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대원사의 ‘용맹한 노력’은 어떨까?
대원사를 찾아가는 탐방객의 상념이 한창 익어가고 있을 때, 신작대로를 내달리던 차가 멈춰 섰다. 차창 밖으로 대원사가 보였다. 대로변에서 2분 남짓 걸어가자 일주문과 그 뒤로 추녀를 살짝 올린 팔작지붕이 보였다.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 대원사 주변 풍경을 유심히 살폈다. 넓은 들녘은, 정다운 농촌 모습과 부산한 건설 현장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활발발’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천진동자상(이진형 작품)의 잔잔한 미소가 탐방객을 반겼다. 대원사 경내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요사 2동과 그 사이에 3층 석탑이 세워졌다. 대원사는 1950년 해인사 삼선암에서 선근을 키운 태호 스님(1986년 입적)이 ‘부처님의 진리를 굳건히 담아내고자 하는 불제자의 근원적 바람[大願(대원)]’을 담아 창건했다.
▲ 대원사 입구에 세워진 표석을 지나 일주문을 들어서면 대웅전에 이른다
그 후 ‘도시개발’로 두 차례 이전했는데, 지금의 대원사 터인‘북구 학정동’으로 사찰을 이전한 것은 2005년도다. 당시 회주 정민 스님과 주지 현정 스님은 “절다운 절을 지어보자”며 ‘북구 학정동’에서 사방 80리가 보이는 넓은 평야 1350평을 사찰 부지로 매입하고, 각 50여 평 규모의 대웅전과 요사 2동을 짓고, 3층 석탑을 세웠다.
대웅전은 도편수 홍완표(성주 고건축·성주목재 대표 문화재기능보유대목 제386호) 명인의 작품이다. 추녀를 살짝 들어 올린 팔작지붕의 모습에서 고건축의 멋이 그대로 느껴졌다. 대웅전 안에는 원만한 상호의 아미타부처님, 석가모니부처님, 약사여래부처님이 봉안되었고,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시봉하듯’ 그 사이에 서있었다. 불상은 이진형 불상조각장(여진조각미술관장)의 작품이다. 불단과 닷집도 여느 목수가 아닌 김쌍동(지정문화재 조각기능 1728호) 작가의 작품이다.
도편수 명인이 지은 법당에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장엄한 대웅
전. 과연 대원사는 무엇을 담고자 했을까? 그것은 법회 모습과 요사 쓰임새에서 짐작할 수 있다. 대원사 정기법회는 초하루부터 초삼일까지 진행되는데, 법 회에 동참한 사부대 중은 ‘아미타불’ 삼천송(三千頌)을 너끈히 해내는 염불행자이다. ‘삼천송’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불이다.
“대원사 사부대중이 ‘아미타불 삼천송’을 시작한 것은 벌써 수십 년이 됐다.”는 대원사 주지 현정 스님은
“매일 ‘오천송(五天頌)’을 해내는 신도가 있을 정도로 대원사 사부대중은 근기 있는 ‘염불행자’”라며 “‘근기’란 용맹한 노력만 있으면 깊고 넓게 다질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현정 스님은 “가까운 미래, 대원사가 도심 속 염불수행도량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불로 다져진 대원사 신도들의 신행 활동 역시 대원사의 넓은 공간에서 ‘활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원사에서 가장 오래된 신도 모임인 ‘자비회’는 서로 분담해 대웅전 청소에서부터 소소한 절 살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말 그대로 대원사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의 주역인 셈이다. 대원사의 ‘활발발함’은 자
▲ 대원사 대웅전 추녀 아래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비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거사림 법회’가 열리고 있고, 신행공간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요사채 1동에서는 ‘필라테스’, ‘석문호흡’, ‘민요’, ‘요가’ 등의 문화강좌가 매주 열리고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는 ‘어린이법회 및 방과후학교’도 열리고 있어, 새싹불자 포교에도 성과를 일구고 있다. 어린이 지도는 한문·미술·음악 등의 분야에 전문 소양을 갖춘 젊은 신도들이 맡고 있다. 요사채 다락에는 1만여 권의 책을 소장한‘나란다 도서관’이 개설, 새싹불자의 경내 활동 범위를 넓히는 한편 아이들의 신심까지도 다잡고 있다.
현정 스님은 “대원사는 아직까지 ‘북구’ 신도보다는 ‘수성구’ 신도가 많다.”며 “앞으로 열심히 수행하고 신행하는 모습을 지역 불자들에게 보이며 ‘북구지역 포교’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북구지역에는 젊은 여성 불자들이 많다.”며 “그들이 바라는 대원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또 그들이 신심 깊은 염불행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대원사는 현재 ‘제 2회 여름불교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매주 토요일 이용하는 나란다도선관.
대원사 일주문을 나서며, 저 멀리 ‘아파트 건설현장’을 바라보았다. 대원사가 처음 이곳을 찾은 2005년도만 하여도 “사방 80리가 보였다.”는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연 대원사는 그 변화의 바람을 이겨내며, ‘도심염불도량’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사찰이란 주변의 자연과 인공 그리고 인간 모두를 포용해야 않을까. ‘도심염불도량’으로 활짝 만개한 대원사의 미래를 그렸다.
대원사 | 대구광역시 북구 학정동 527번지 | (053)327-0408

오종욱/본지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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