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진행자 스님 7명이 13일 방송을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채원 사장의 승가모독에 따른 퇴진을 주장해 온 스님들의 갑작스런 7개 프로그램 방송 중단은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다.

'행복한 미소' 진행자인 성전 스님을 비롯해 일부 진행자 스님들은 이미 12일 생방송에서 21일 예정된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기원대법회'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불교방송 홈페이지 문자방(휴대전화로 진행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공간)에는 이채원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문자들이 빗발치고 있다.

성전 스님은 13일 오전 9시 5분 '행복한 미소'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진행 스님들 전원이 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성전 스님은 "오늘이 방송 마직막날이다. 오늘 기점으로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님들은 출연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성전 스님은 "이채원 사장의 승가모독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참회나 진정성 있는 답변을 못 들었다. 우리 진행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방송진행을 잠정 중단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21일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 기원대법회를 통해 확실히 의사를 밝히는 게 맞겠다고 진행자 스님들의 결의했다"고 밝혔다.

성전 스님은 "아쉽지만 방송출연 거부하기로 했다고 애청자에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 애청자들에게 죄송하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불교방송은 갑작스런 스님들의 프로그램 중단 선언에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방송 중 스님들의 돌발적인 발언에 대비해 해당 프로그램 담당PD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프로그램 개편을 최대한 앞당겨 방송 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스님들의 방송 중단 선언이 이채원 사장의 승가모독이 원인이었다고 생방송 중 설명될 경우 불자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불교방송은 진행자 스님들의 기자회견 이후 불자들의 항의전화에 "스님들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승가모독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위 기사는 언론제휴사인 불교닷컴에서 제공했습니다.

다음은 불교방송 진행자 스님들이 13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사랑하는 불교방송 진행을 접습니다.

소납들은 불교방송을 사랑합니다. 지난 시간 소납들은 정성을 다해 불교방송을 통해 부처님의 법음을 전파해 왔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전한다는 사명감에 자긍심을 가졌고 청취자들과의 소통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불교방송 이채원 사장의 승가모독 발언을 전해들은 소납들은 의혹 해소를 공개적으로 질의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해명이나 참회가 아니었습니다. 질의서 작성 주동자를 색출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였습니다.

그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채원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불교방송의 정체성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스님들을 일개 진행자로 취급하는 태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불교라는 정체성을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불교방송이 불교방송이 아니었습니다.

이채원 사장은 또 스님을 고소하는가 하면, 피고소인이 스님인 줄 안 이후에도 참회문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이사장 및 이사 스님들을 ‘00이’라 부르면서 ‘스님’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앵벌이’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승가비하 발언을 공공연히 자행한 사실을 소납들은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불교방송은 불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합니다. 불자에 의한 불자를 위한 불자들의 방송을 우리는 불교방송이라 정의합니다. 불교방송의 사장이 종교성을 의심받는다면 이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불교방송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승가를 모독하고 불교방송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 현실 앞에서 소납들은 방송 진행 대신 방송 중단이라는 아픈 선택을 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불교방송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신명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소납들은 오늘(13일)을 끝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전면 중단합니다. 이채원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불퇴전의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그 정진의 시작으로 21일 오후 2시 불교방송국에서 ‘불교방송 청체성 회복 기원대법회’를 대규모로 봉행해 이채원 사장의 참회와 사퇴, 이사회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겠습니다.

청취자 및 불자여러분!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참회합니다.

불기 2557년 3월 13일

불교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스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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