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汝州) 수산성념(首山省念 : 926~993) 선사는 내주(萊州) 사람이고, 성은 적(狄)씨이다. 고향의 남선원(南禪院)에서 공부를 하다가 풍혈(風穴)에게 법을 얻었다. 처음에 수산에 거주하며 제 1세 주지가 되었는데, 개당하는 날 어떤 승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한마디로 천강의 물 같은 입을 절단하고, 만 길 되는 봉우리 앞에서야 비로소 현묘함을 얻는다.”
“어떤 것이 수산의 경계입니까?”
“뭇사람이 보게 둔다.”
“어떤 것이 경계 가운데 사람입니까?”
“방망이를 맞고 얻었는가? 얻지 못했는가?”
“어떠한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바람이 불고 햇빛이 비친다.”
“예로부터 여러 성인들은 어디에서 행각을 하셨습니까?”
“보습을 끌거나 가래질을 했느니라.”
“옛 사람이 방망이를 들거나 불자를 세운 뜻이 무엇입니까?”
“외딴 봉우리에는 자는 손님이 없다.”
어떤 이가 물었다.
“세존께서 입멸하신 뒤에 법은 누구에게 전하셨습니까?”
“좋은 물음인데 대답할 사람이 없구나.”
어떤 승려가 물었다.
“학인이 오랫동안 미혹함에 빠져 있었으니, 스님께서 한 차례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승은 그처럼 부질없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화상께선 왜 그러하십니까?”
“다니고자 하면 다니고, 앉고자 하면 앉기 때문이다.”
대사는 다음에 보안산(寶安山) 광교원(廣敎院)에 살았는데 거기서도 제1세 주지였다. 나중에 대중의 청에 따라 성에 들어와서 보응원에 사니, 세 곳의 법석에는 항상 많은 대중이 모였다. 순화(淳化) 3년 12월 4일 오시(午時)에 상당하여 이런 게송을 보였다.
今年六十七 금년육십칠
老病隨綠且遺日 노병수록차유일
今年記劫末年事 금년기겁말년사
末年記薯今朝日 말년기서금조일
올해 나이 67세이니
늙고 병든 채 인연 따라 세월을 보낸다.
금년에 내년 일을 예언하노니
내년에는 도리어 오늘을 기억하리라.
순화 4년 어느 달, 어느 날에 이르니, 이전의 예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상당하여 대중들에게 하직하고 게송을 읊었다.
自銀世界金色身 자은세계금색신
情與非情共一眞 정여비정공일진
明暗書時俱不照 명암서시구불조
日輪午後見全身 일륜오후견전신
은빛 세계요 금빛 몸이다.
유정과 무정이 동일한 참일세.
밝음과 어둠이 다한 때라 함께 비치지 않음이여!
해 기운 오후에도 온전한 몸이니라.
말을 마치고 편안히 앉았다가 해가 기울 무렵에 떠나니, 수명은 68세였다. 다비를 마친 뒤에 사리를 거두었다.

혜거 스님/서울 금강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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