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운전수가 용모, 재산, 출신, 학벌 등을 아랑곳하지 않고 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태우듯이 정부 또한 지역, 계층, 종교 등을 떠나 국민들을 대승적으로 국가라는 버스에 태워야 한다. 국민의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 책무다.”
조계종은 한국불교계의 최대 종단이다. 이 종단의 행정 수장은 바로 총무원장이다. 종단의 가장 높은 어른은 종정이나, 세속의 내각제에서 대통령이 그렇듯이 상징적 존재로 남는다. 총무원장은 불교계 종단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도 겸한다.

이런 총무원장이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있는 총무원 청사를 나가던 중 경찰의 검문·검색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백주대낮에 자기 집 앞마당에서 신분을 밝혔음에도 차량 내부는 물론 트렁크까지 조사받는 봉변을 당했으니 불교계가 발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파문은 촛불시위 수배자들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수배자들인 만큼 일선 경찰들로선 물 샐 틈 없는 경계를 펴 주어진 임무를 다해야 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인사나 시위자들이 몸을 맡긴 단골 장소가 종교 시설이었다. 천주교 명동성당은 궁지에 몰린 이들이 의탁한 대표적 장소였다. 죄인이 도망치더라도 잡아가지 못했던 삼한시대의 소도(蘇塗)와 같은 성지로 인정받았던 셈이랄까. 지금 촛불시위 수배자들에겐 조계사가 그 구실을 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종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왔다. 이른바 ‘고소영’이 말해주듯이 역대 정부 가운데 종교 색채가 가장 강하다고 봐서이기도 하다. 그런 터에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인 ‘알고가’의 사찰 정보 누락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기독교 행사 포스터 사진 게재, 경기여고의 불교 근대문화재 훼손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물론 정부는 ‘종교편향’은 없다고 공식으로 밝히는 한편, 정책을 펴거나 공직자가 발언을 할 때 그런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불교계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교계단체들이 종교편향종식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한데 이어 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들은 7월 24일 종교편향 사건의 책임자 문책과 근본대책수립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 와중에 총무원장 승용차의 과잉 검문·검색 파문까지 터져 정부 입장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게 됐다. 특정종교 편향이나 폄하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지 며칠 만에 이런 일이 발생해 불교계의 실망과 분노가 더 큰 듯하다. 총무원장이 범죄자로 의심받았다고 여긴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종교정책에서 편향의 오해와 불만을 사지 않도록 정부는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버스 운전수가 용모, 재산, 출신, 학벌 등을 아랑곳하지 않고 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태우듯이 정부 또한 지역, 계층, 종교 등을 떠나 국민들을 대승적으로 국가라는 버스에 태워야 한다. 국민의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 책무라는 얘기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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