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가 뭐지?

요즘 들어 자주 접하는 단어 중에 멀티미디어(Multimedia)라는 것이 있다. 하도 자주 들어 대충 의미를 짐작하기는 하지만 막상 그게 뭐냐고 누가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란다.

[멀티미디어는 Multum과 Medium을 합친 낱말이다. 여러 형식의 정보 콘텐츠와 정보 처리 (보기: 텍스트, 오디오, 그래픽, 애니메이션, 비디오, 상호 작용)를 사용하여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는 미디어를 뜻한다. 초기의 컴퓨터에서는 문자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입력과 출력의 기술 향상으로 음향, 영상이 포함되어있는 다양한 매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멀티미디어의 매체들은 영상과 소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양이 많고 이것들을 처리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며, 이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속의 전송선로를 제공하기 위한 교환기술과 영상과 음성 신호의 처리기술이 필요하다. 멀티미디어는 전자 매체를 사용하여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저장하고 경험하는 데 쓰인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라는 <위키백과>를 인용한 것인데 비전문가인 내겐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멀티미디어를 다매체 또는 다중 매체(多重 媒體)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체가 여럿이거나, 서로 섞여서 새로운 매체로 만들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음성, 문자, 그림, 영상 등의 여러 매체를 만들고 저장하며 전송하는 일들이 빈번해지니 가히 지금은 ‘멀티미디어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멀티미디어가 아니면 매체 축에도 끼지 못할 것 같은, 멀티미디어가 대세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멀티미디어시대에 활자 매체인 잡지는 효용성이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잡지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함께 저널리즘의 하나이다. 저널리즘이란 말을 우리의 관용어인 ‘언론’이란 말로 이해할 때 잡지는 엄연히 언론의 한 분야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신문이나 방송만 언론이지 잡지는 언론이 아니라는 그릇된 견해가 종종 대두하는 일이 있다.

잡지도 언론이다

잡지를 놓고 ‘정기간행물’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제본된 책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잡지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이외에 저널리즘의 네 가지 기능, 즉 보도기능, 지도기능, 오락기능, 광고기능을 가지고 있다. 잡지는 새로운 뉴스를 보도하고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며 그 주변 상황을 기술함으로써 보도기능을 수행한다. 잡지는 논설, 특집, 독자의견란을 통해서 지도기능을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잡지가 오락기능에 치중해 있으며, 오락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보도기능과 지도기능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잡지는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특수잡지의 예외는 있지만- 광고를 통하여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고 있다.

보도기능은 신문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시사잡지를 제외한 일반적인 잡지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능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잡지의 보도기능을 전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해서는 안된다.

지도기능이란 논설 등을 통해 독자를 설득하고 지도해서 어떠한 태도나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기능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설, 논설, 독자의 의견 등이 포함된다. 모든 매스 미디어 중에서 지도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잡지이다. 잡지는 발행의 시간적 간격이 길어서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설이나 그에 따른 처방 등을 깊이 있게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신문과 같이 지면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하고 충분한 논평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잡지는 신문과 방송이 미처 보지 못하고 때로는 소홀히 여기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특수하고 전문성 있는 지식을 창조, 수집, 정리하여 확산하는 일을 한다.

잡지는 도서와 신문의 중간에 있으면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매체이다. 이러한 잡지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현대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더욱 증가하게 된다. 현대사회를 두고 ‘잡지저널리즘의 시대’라고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잡지는 다른 매체와 달리 더욱 전문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문화적인 가치를 집약한 정보를 취급함으로써 다른 언론매체가 지향하는 성격과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잡지는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전문지인 경우가 많아서 정보화시대에 최적의 매체로 조명받고 있다. 또한,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정도로 그 효용성이 높은 매체다. 일반 매스미디어가 제공하지 못하는 다방면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에 잡지매체의 활성화는 정보화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잡지는 중요한 정보콘텐츠다

기존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매스 미디어들은 익명의 다수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송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뉴미디어들이 수용자의 취향과 특성에 따라 전문화되고 세분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들도 최대다수의 수용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세분된 수용자의 정보욕구에 부응하여 특정 성향을 가진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멀티미디어 콘텐츠, 또는 미디어 콘텐츠라고 불리는 정보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한다. 정보콘텐츠는 정보 사회의 핵심이며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지식의 산물이다. 잡지도 정보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손색없는 매체다. 신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문화가 중심적 가치를 지닌 잡지의 시대라는 말도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의 시대에 문화의 핵심적인 매체는 실종되고 있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대장을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각 시․도에 등록된 잡지 수는 총3,830종이다. 간별 분류를 보면 월간이 2,508종, 격월간 300종, 계간 736종, 연 2회 간 286종이다. 이는 2000년 3,779종, 2003년 3,795종, 2006년 4,661종 등으로 점차 늘어나다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준다.

한 나라가 문화적으로 우수하다는 말은 우수한 문화적 산물을 배출하고 보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반면 좋은 잡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부끄러워야 함에도 우리에게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닌 듯이 보인다.

불교잡지시대 다시 올 것인가

눈을 불교계 안으로 돌려보자. 지난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 동안 불교계는 잡지 전성시대였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불교 시사교양잡지 <불교사상>이 있었고, 월간 <대중불교>가 이미 70년대에 창간된 월간 <불광>과 더불어 포교 신행지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월간 <불교>, 월간 <법륜>, 월간 <법시>, 월간 <금강>, 월간 <선사상>, 계간 <불교문학> 등이 발행돼, 동시에 7~8개의 불교잡지가 서점의 잡지코너를 장식하는 때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월간 <불광>과 월간 <불교>, 복간된 월간 <선원>, 그리고 계간 <불교평론>만이 잡지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계간 <불교평론>마저 이런저런 사유로 폐간 조치됨에 따라 불교잡지 분야의 침체는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얼마 전 한 불교잡지에서 ‘불교는 말씀학이 아니고 문자학’이라는 노학자의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불교는 오디오나 비디오보다 활자 매체에 더욱 어울리는 종교라는 생각을 해본다. 쉽고 빠르게만 가려는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생각의 깊이를 담아내는 활자 매체의 효용성은 절대로 줄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보면 오락 프로그램 주인공들이 하는 실제 대사의 많은 부분이 문자를 써서 자막으로 처리된다. 이를 보면서 오늘날의 텔레비전이 영상매체가 아니라 활자매체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활자 매체의 총아 잡지시대, 불교잡지시대는 다시 와야 한다. 잡지가 불교정보콘텐츠의 중심을 이루는 그날이 다시 와야 한다.

최승천/월간 <종교와 평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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