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은 1920년 만공 ․ 용성스님 등의 선각자들이 ‘일제에 의해 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한국 불교를 살리기 위해 설립’하여 그 뒤 민족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동안 한국 불교의 정신을 온전히 지켜내고 고통을 겪던 이 땅의 민중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방을 맞이한 뒤에는, 이른바 ‘왜색 불교’의 청산을 추진하는 ‘불교정화운동’의 산실이자 핵심이었습니다.
선학원의 역사 속에서도 특별히 빛을 발휘하는 것이, 1931년 10월 용성 ․ 만해스님의 원력으로 창간된 『선원』지 발간이 아닐까 합니다. 생존 자체가 힘들었던 시절에 ‘선의 대중화’와 ‘한국불교의 희망’을 전해주는 잡지 발간을 꿈꾸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일제 말기에는 식민지 당국의 핍박을 받아 발간을 멈추고 해방 이후로도 수십 년 동안 우리 민족과 불교계에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득이 복간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 1992년 뜻있는 스님들이 원력을 내어 『선원』지를 복간하게 되자 많은 이들이 환영하였습니다.
독자층이 제한된 특수 분야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자기 색깔을 내며 지령 200호를 달성하는 일은 우리 잡지 역사에서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복간 20주년에 맞추어 지령 200호를 발간하게 된 것은 선학원의 지난 역사를 이끌어온 대중 여러분들의 원력과 의지 덕분일 것이라 믿습니다.
지령 200호 발간을 거듭 축하드리며, 선학원이 설립 이념에 따라 올곧은 수행공동체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최광식/문화체육관광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