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안암동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을 찾은 8월, 1층 의무실에서 분주함이 느껴졌다. 아동시설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온화한 목소리들 간간히 섞여 있어, 궁금증을 떨칠 수 없었다. 조금 열린 문틈으로 의무실 내부를 살폈다.“선영아, 언니 하는 것 좀 봐.” 어떤 행동을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소녀가 뒤척임을 보인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빙그레 미소 짓는 것은 볼 수 있다. 선영이(15ㆍ가명)는 거의 누워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아동이다.1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게 보통의 또래보다 훨씬 가녀리다. 언어로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봉사자 언니가 손을 흔들자 눈을 움직인다. 선영이의 반응에 봉사자 언니의 입가에도 어느새 웃음이 걸린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이하 ‘장애아동시설’)은 70여명의 장애아동들이 생활하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복지시설이다. 중앙승가대학교로부터 무상 임대 받아 사용하는 장애아동시설의 건물은 대지 2215㎡에 연면적 1240㎡의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다. 지하1층에는 식당, 창고, 지상1층에 생활실, 의무실, 2층에 집단활동실, 프로그램실,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장애아동시설은 불교계가 장애아동복지에 적극 나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한때 불교계 고민(?)거리였던 소쩍새마을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줌으로써 사회가 불교를 바라보는 눈도 많이 바뀌었어요. 불교계 역시 사회적 역할(복지)을 했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요.”
▲ 미래에셋 직원 봉사자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애아동.
지난 2006년부터 장애아동시설 원장 소임을 맡은 동옥 스님<사진>은 “장애아동시설은 교육재활사업과 사회재활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된 열린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이며, 이 시설이 불교계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스님은 과거 소쩍새마을에서 6개월간의 봉사활동을 했던 계기로 중앙승가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장애아동복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스님에 따르면 장애아동시설에는 5세부터 18세까지 79명(지적장애 53명, 뇌병변 24명, 지체장애 2명)의 장애아동들이 생활하고 있고, 47명의 아동시설종사자와 연평균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장애아동들에게 장애유형과 수준에 따라 생활, 교육, 의료, 사회재활사업 등 전문적인 교육과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지적장애와 무연고 어린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정의 역할을 대신하는 생활재활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 동옥 스님은 “생활재활사업 중에서도 식사지도, 화장실이용하기, 착·탈의 지도 등 일상생활훈련을 통해 ‘정이 있는 집’이라는 주말 결연 맺기 가족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적 결연서비스인 ‘정이 있는 집’이란 장애 어린이에게 시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정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가족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16쌍이 인연을 맺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연가정에서 음식주문, 물건구입, 옷 입기 등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인관계를 기를 수 있다.
▲ 석남사 신도들에게 승가원을 홍보하고 있는 동욱 스님.
“교육과 사회사업의 목표는 사회성과 기본적인 학습능력 및 자립의지 신장이다.”고 전제한 동옥 스님은 “이를 위해 53명의 시설 어린이가 특수학교인 명수, 정인, 정민학교를 비롯해 일반학교인 종암초등학교, 종암 어린이 집 등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님은 “이외에도 방학기간동안 심신단련 및 독립심 함양, 공동체의식 형성을 목적으로 캠프를 열고 있다.”며 “시설 어린이 40여명과 자원봉사자를 1:1로 맺어 물놀이, 캠프파이어, 문화재 관람, 염색 체험활동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애아동시설에서 장애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신비의 작은 도서관’. 이것은 장애 어린이의 학습증진을 위해 ‘책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개설된 거설된 것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 사업으로 선정 돼 마련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는 생활용품기업인 한국피엔지(P&G)에서 기탁 한 도서 1000여권을 비롯해 유아를 위한 헝겊 책과 장난감 등이 항상 장애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학습증진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얻어, 장애를 딛고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는 동옥 스님은 “이 시설이 중증장애아동들에게 대안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장애아동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통합을 실천해가는 아동시설로 거듭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편집실/

직영시설에 관심…유대관계 강화

현재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약 500여개 소. 이들 중 상당수의 시설에서 스님들이 시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옥 스님은 ‘위탁시설’ 운영에만 머물지 말고 ‘직영시설’ 운영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에 따르면, 위탁 받은 공공복지시설에서는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는 것. 위탁 법인이 시설장을 교체할 경우에도 대응하기 어렵고 위탁이 취소되는 경우에도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옥 스님은 “직영시설을 만드는 활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 강조한다.
또한 스님은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단체를 만들고 상호 협력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서 스님들이 대응하기 용이하게 관련 정보들을 신속하게 교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중앙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던 예산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하하고 있는 데 주목한 것이다. 스님은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 원활히 하면서, 시설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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