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새로운 이념과 그에 따른 어지러운 세태가 이미 종교의 영역에까지 다가와서 모습을 드러냈다.
종교사회학자 롤랑 로버트슨(Ronland Robertson)에 따르면, 세계화는 ‘특수한 것’을 보편화하고 ‘보편적인 것’을 특수화한다. 때문에 세계화에 따라 특정한 사회의 특수한 문화는 ‘상대화’의 경향을 갖는다. 한 문화의 신념체계 및 가치체계 생산의 전초기지인 종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학자 피터 베이어(Beyer)는 세계화가 제도적 영역의 분리를 가속화함에 따라 한편으로는 종교의 사사화(私事化)가 진행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의 공공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모순적 현상이 공종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사회학자 니니안 스마트(Ninian Smart)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자신의 종교적 경전에 대해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며, 따라서 경전(경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한 종교적 가치에 대해 유연한 충성심을 갖는 경향으로 현상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볼 때, 세계화(신자유주의)는 고요한 산중의 불교, 천년을 지켜온 이 땅의 불교라고 해서 ‘미래의 과제’만은 아니다. 세계화(신자유주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과연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가고 담아내어야 하는 가.

가치상대화 경향과 신념체계의 혼란
진리의 상대화를 조장하는 세계화 경향이 불교에 충격을 주는 정도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전제로 한 기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해 있던 한국불교에게 세계화로 인한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간화선과 위빠사나 사이의 수련법 논쟁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점차 세계종교시장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불교교리?종단 정통성·불교의례 등 신념체계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문화적 동형화와 종교문화의 상품화
세계화는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신자유주의적 이념을 규율화한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이다. 그것은 모든 문화의 시장문화로의 동형화이자 모든 문화를 상품화시겠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때문에 종교계나 종교문화도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선수행체험이 키치(kitsch)화되고 있다는 비판은 한국불교도 이러한 산업화에 어느 정도 감염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경향은 욕망→경쟁→물질만능 등과 같은 논리적 연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의 이념과 상치된다.

서비스시장의 개방과 간접포교시장의 위축
세계화는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 시장이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위기는 불교복지 시장, 불교병원 시장, 불교교육 시장, 불교와 관련된 여가 및 관광 시장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시장이 갖고 있던 간접포교효과도 크게 감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은 자본, 가격 및 인적 경쟁력이나 노하우 면에서 불교계 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불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참여의식이 매우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사회적 불평등, 사회적 배제, 그리고 불교의 사회참여
세계화로 인한 불안정성의 증대와 무한경쟁 및 약육강식의 이데올로기는 사회통합의 위기를 유발한다.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내외적 배제를 낳게 된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생존의 사각지대로 떨어질 것이고, 이들의 삶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체제내부로 여하히 통합해 낼 것인가의 문제는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유승무/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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