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열린 범불교도대회를 기점으로 전국사찰에서 ‘종교편향 항의법회’가 봉행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발생한 종교편향 사례(25건·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추산)가 너무도 빈번해, 불교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불교는 화합과 양보의 미덕을 존중하는 ‘상생의 종교’이지만, 정부의 종교 차별적 행보를 보고도 모른 체 하는 어리석은 종교가 아닙니다. 더욱이 종교편향은 자칫 국민을 분열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불교계가 ‘범불교도대회’와 ‘종교편향 항의법회’를 통해 일관되게 촉구하는 것은, 정부가 세운 ‘종교권력’을 허물고, 종교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言行)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정부 스스로 종교간 평화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되고, 이해된 만큼 협동한다.’는 격언이 있는데, 이는 종교 갈등의 본질, 즉‘우기고 떼쓰는 배타적 독선’을 지적한 말입니다. 비단 종교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지식과 이해는 제한되고 굴절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진리’일지라도 ‘상대적 진리체험’임을 알아야 합니다.
뉴욕 맨해튼의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니온 신학대학원생이 해마다 뉴욕 조계사의 명상수행에 참여하고, 중국계 매머드 사찰인 서래사에서 2년에 한 번씩 비구니 스님들과 수녀들이 모이는 것은 종교간 편견을 버리고 화합을 꾀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니겠습니까.
현 정부는 그들의 노력에 담긴 뜻을 배우고, 국민 모두가 공존공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불교계 역시 정법을 바로 세워 수행풍토를 조성하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중생구제의 원력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만이 종교편향을 극복하고 미래의 번영을 담보할 것입니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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