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에서 염불삼매를 닦고자 하면 마땅히 올바로 믿고, 지혜로써 여여한 법계를 밝혀내어야 한다고 합니다. 초발심주에서 최초로 법신을 보기 때문에 등각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염불삼매를 여의지 않으며, 3현과 10성이 닦는 바가 모두 염불법문을 여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엄종의 입장에서 염불법문의 가르침을 펴고 있는 바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네 종류의 염불법문이 있습니다.(華嚴行願品別行疏鈔) 첫째는 칭명염불(稱名念佛)로 전심전력으로 집중하여 부처님의 명호를 주야로 1만 번 내지 10만 번을 순일무잡(純一無雜)하게 한마음[一心]으로 집중하여 외는 것입니다. 둘째는 관상염불(觀像念佛)입니다. 이 염불은 마음을 집중하여 끊이지 않게[念念不斷] 부처님 명호를 입으로 외우는 염불입니다. 셋째는 관상염불(觀想念佛)입니다. 마음으로 부처님의 원만한 상호를 깊게 관하는 염불문[三昧現前]입니다. 마지막은 실상염불(實相念佛)인데, 자신의 심신과 일체 법계의 진실한 모습[無形無相]을 끊임없이[念念相續] 관하는 염불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염불법문을 헤아려 보면 다섯 종류로도 꼽을 수 있습니다. 참회에도 이사(理事)의 측면이 있듯이[事懺理懺], 염불에도 사념불(事念佛)과 이념불(理念佛)이 있습니다. 2종의 사념불(事念佛)과 3종의 이념불(理念佛)을 합하여 5종(五種) 염불이라 합니다.(華嚴大疏鈔, 華嚴疏)

사념불(事念佛)의 첫째는 ‘칭명왕생념불문(稱名往生念佛門)’인데 입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외는 염불입니다. 둘째는 ‘관상명죄념불문(觀相滅罪念佛門)’으로 부처님의 몸[色相]을 관하며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염불입니다.

그리고 이념불(理念佛)의 경우, 첫째가 ‘섭경유심념불문(攝境唯心念佛門)’입니다. 만법이 오로지 한마음[一心]임을 관하는 것입니다. 둘째, 심경무애념불문(心境無礙念佛門)은 마음의 주관과 바깥의 경계가 상호 융섭하고 장애가 없음을 관하는 염불입니다. 셋째는 ‘연기원통념불문(緣起圓通念佛門)’입니다. 이 염불법문은 법계의 모습과 성품을 바로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계를 관하되 마음과 경계가 둘이 아니되 또한 나뉘는 모습을 관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원래 법성이 자재하고 원통무애하되, 뒤죽박죽 섞이지 않는 정연(整然)하고도 방정(方正)한 성품을 관하는 것입니다.

5종의 염불을 또한 5중(重)이라 칭합니다. 화엄의 설명에 따르면, 제석천의 그물망과 그 구슬같이 거듭 중중무진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구슬의 광영(光影)이 하나의 구슬에 섭수되고, 하나의 구슬은 두루 모든 구슬에 미치게 됩니다. 구슬과 구슬이 서로 골고루 그 광영이 미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구슬이 저 구슬로 되지는 않습니다. 곧 함께하지만 섞이지 아니하고, 따로 있되 나뉘지 않는 이치가 되겠습니다.

한편 정토불교의 염불문은 “정토론(淨土論)”에서 언급하고 있는 5념문(淨土五念門 : 禮拜門, 讚歎門, 作願門, 觀察門, 迴向門)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습니다. ‘정로론주(往生論註)’와 ‘왕생예찬(往生禮讚)’ 등의 정토업과 더불어 이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서 살펴보시기로 하고, “대미타경(大彌陀經)”의 한 구절을 읽으시며 이번 호를 매듭짓기로 하겠습니다.

염불(念佛)하는 이가 있어 서방정토극락세계(西方淨土極樂世界)에 왕생할 때, 이윽고 칠보(七寶)의 연못 가운데 들어가 더러움을 씻고 연꽃 위에서 삼매에 드니, 미세한 바람은 불고 보배로운 나무들마다 미묘(微妙)한 소리를 내어 갖가지 보화(寶華)를 흩날리더라. 그 기이하고 아득한 향취를 품어 냄은 또한 불사(佛事)를 짓는 바이니, 향기를 맡는 이들은 기쁘기 한량없어 마음이 열리고 정진하니라.

보배로운 그 땅과 허공에서 경(經)을 강의하는 이가 있으며, 외우고, 주고받고, 설하고, 듣고, 생각하고, 사유하고, 좌선하고, 경행하는 이들이 있으며, 성문(聲聞)의 제자는 대심(大心)을 발(發)하며, 아직 성과(聖果)를 성취(成就)하지 못한 이는 성취하며, 아직 불퇴전지(不退轉地)를 성취하지 못한 자는 이를 성취하며, 보살은 그 도움에 따라 성취하여 자적(自適)하며 기뻐하느니라.

삼매(三昧)에 유희(遊戱)하여 유정(有情)을 이락(利樂)하게 하니,
염불(念佛)의 견고(堅固)한 마음으로 미타(彌陀)의 본원(本願)을 칭(稱)함이로다.
불자(佛子)가 왕생(往生)함에 이 반열에 들어,
지혜(智慧), 변재(辯才), 신통(神通)은 바람이 돛단배의 기세에 순(順)함과 같도다.

- 참고 -

염불문(念佛門)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 가운데 3존불(三尊佛)이 있다. 청정법신(淸淨法身) 비로자나부처님, 원만보신(圓滿報身) 노사나부처님,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 서가모니부처님이라 언급되는 3신관(三身觀)이다. 법상에서는 자성신(自性身)과 수용신(受用身)과 변화신(變化身)으로 삼는다. 천태에서는 법신불과 보신불과 응신불(應身佛)로 삼는다. 화엄에서는 3세간(三世間 : 器世間, 衆生世間, 智正覺世間)을 원융하게 하는 법계신운(法界身雲)을 세워 동일한 불신으로 삼는다. 그래서 비로자나부처님과 노사나부처님을 함께 보신부처님으로 보기도 하고 또한 법신부처님으로 보기도 한다. 면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차이에 대해 구별 짓지 않는다.

-정성우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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