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배 화상(浮盃和尙)의 처소에 능행파(凌行波)라는 노파가 와서 절을 하고 부배 화상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다가 물었다.
“힘을 다해도 말할 수 없는 말은 누구에게 전해 주시겠습니까?”
“부배는 군말을 하지 않는다.”
노파가 말했다.
“나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부배 화상이 다시 앞의 말로써 노파에게 물으니, 노파가 땅을 치면서 곡을 하였다.
“원통하고 원통하도다.”
대사가 말이 없자 노파가 말했다.
“말의 치우침과 올바름을 모르고, 이치의 삿됨과 뒤바뀜도 모르면서 남을 가르치면 재앙만 생길 뿐입니다.”
그 뒤 어떤 스님이 이를 남전에게 고하니 남전이 말하였다.
“재앙을 꺼리던 부배가 그 노파에게 부서져 꺾였구나.”
나중에 노파가 이 말을 전해 듣고 웃으며 말했다.
“남전까지도 얼마간 심중의 책략이 있구나.”
이 때 유주(幽州) 땅에 징일(澄一)이라는 선객이 있었는데 길에서 능행파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어째서 남전이 그렇게 말한 것까지도 얼마간 심중의 책략이 있다고 했습니까?”
노파가 통곡하면서 말했다.
“슬프고 애통하구나.”
선객이 어리둥절하자 이때에 노파가 다시 물었다.
“아시겠소.”
선객이 합장하고 물러가니, 노파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따위 죽은 선객이 삼대 같고 좁쌀같이 많아서….”
나중에 징일이 조주선사께 말하니 조주가 말했다.
“내가 만일 그 냄새나는 늙은이를 보았더라면 따지고 물어서 벙어리를 만들었을 것을 그랬다.”
징일이 물었다.
“화상이시라면 그에게 어떻게 물으시겠습니까?”
조주가 몽둥이로 때리면서 말했다.
“이 따위 죽은 놈을 이제 때리지 않으면 언제 때리겠는가.”
그리고는 몇 차례를 거듭 때렸다. 나중에 노파가 또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조주야말로 이 능행파의 몽둥이를 맞아야겠다.”
나중에 어떤 수좌가 조주에게 이야기 하니 조주가 통곡을 하면서 말했다.
“슬프고 애통하구나.”
노파가 다시 조주의 이 말을 듣고 합장하고 탄복하며 말했다.
“조주선사야말로 눈에서 광명을 놓아 천하를 부수었도다.”
나중에 조주가 시자를 시켜 노파에게 “어떤 것이 조주의 눈인가”하고 물으니, 노파가 주먹을 곤두세웠다.
조주가 이 말을 듣고 게송을 지어서 노파에게 보냈다.

當機眞面提 기틀을 만나 진면목으로 응하니
眞面當機疾 진면목은 기틀에 응함이 재빠르도다.
報爾凌行波 그대, 능행파에게 전하노니
哭聲何得失 통곡 소리에 무슨 얻고 잃음이 있던고.

노파도 게송으로 조주에게 화답했다.

哭聲師已曉 통곡소리는 스님이 이미 밝혔으나
已曉復誰知 이미 밝은 것은 누가 또 아는가.
當時摩竭國 부처님 당시의 마갈타에서도
幾喪目前機 목전의 기틀이 몇이나 상했던가.

이 일화는 서로 불꽃 튀기는 일단의 심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연에서 능행파의 기량과 조주의 안목을 느낄 수 있다.

혜거 스님/서울 금강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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