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초입, 왕방울만한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장승. 웃옷을 벗고 하의만을 입은 채 검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눈을 부릅뜬 사천왕. 이들은 왜 눈을 부릅뜨고 있을까. 그 위엄으로 온갖 나쁜 것을 몰아낸다고 하여 사천왕의 눈을 악안(惡眼)이라고도 한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탐진치 삼독심을 몰아내라는 경고성의 눈이다. 사찰을 외호하는 수문장으로서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을 수호하고 중생들의 마음속에 깃든 잡된 번뇌를 뿌리 뽑기 위하여 강하고 무서운 눈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생은 언제나 대상과 함께하고 대상과 하나로 어울리느니라. 선한 마음을 가지면 대상을 선하게 보고 비열한 마음을 가지면 대상을 나쁘게 보게 되느니라.(『잡아함경』)” 부처님의 이 말씀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수행자를 ‘눈 푸른 납자’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수행자는 항상 맑고 지혜로운 눈(明眼)으로 정진해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안근(眼根)
안근은 6근(根)중의 하나이며 눈의 감각을 생기게 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사대(四大)로 이뤄져 있으며 그 체질은 맑고 고요하고, 육안을 갖고 볼 수 없는 것을 승의근(勝義根)이라고 한다.
안식으로 하여금 형태·색채 등을 감각케 하는 시각기관인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각의 기능을 불교에서는 오근(五根)이라고 하며 오근을 통솔하는 기능을 의근(意根)이라 하여 오근과 의근을 합해 육근(六根)이라고 한다. 육근이 인식할 수 있는 대상 경계를 육경(六境)이라 하며 그 인식하는 것을 육식(六識)이라고 한다.
정견(正見)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려면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제거하고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바르게 본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의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고 보는 지혜를 뜻한다.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나의 육신과 정신은 실체가 없는 공한 것으로 물거품처럼 무상한 것임을 확실히 아는 지혜가 정견이다. 바로 보는 것이 바른 삶의 시작이다.
천수천안(千手千眼)
무릎을 낮추며/두 손바닥 모아/천수관음 앞에/비옵는 말씀 두나이다/즈믄(천) 손 즈믄 눈을 가지였사오니/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두 눈 없는 나오니/하나를 주시옵시라/ 아아, 나라고 알아 주실 진댄/ 어디에 쓰올 자비라고 클 것인고.
향가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는 희명(希明)이라는 여자가 5살에 실명한 아들로 하여금 분황사 천수관음상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하여 광명을 찾게 한 노래로 전해오고 있다.
한편 탑에도 눈 모양을 새겨 넣는 경우가 있다. 네팔의 바웃다(카스티)의 대탑과 차루마티 탑은 사면에 각각 눈과 백호가 있는 정방형의 구조로 조성돼 있다.
오안(五眼)
△육안(肉眼): 인간의 소유하고 있는 육신의 눈이다. 사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번뇌 구족한 범부의 눈이다.
△천안(天眼): 보통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보는 초인적인 눈이다. 신통력에 의해 모든 것을 간파하는 지혜의 기능을 하며 초자연적인 시력을 말한다. 색계의 천인이 소유하고 있는 눈으로 중생의 미래, 생사를 아는 능력이 있는 신성한 눈이다.
△혜안(慧眼): 지혜의 눈으로 사물을 바르게 관찰하는 눈이다. 이승(이승) 사람의 눈으로 진공무상(진공무상), 즉 일체의 현상은 공으로 정해진 특징(相)이 없다는 것을 꿰뚫어 본다.
△법안(法眼) : 제법을 볼 줄 아는 눈으로 지혜의눈이다. 그래서 선문에서 올바른 세계에 대한 견해를 정법안장(정법안장)이라고 한다. 보살은 이것으로 모든 사상(事象)의 진상을 알고 중생을 제도한다.
△불안(佛眼) : 깨달음을 얻은 자의 식견으로 모든 것을 멀리 바라보고 모든것을 아는 눈이다. 즉 앞의 4가지 눈을 모두 갖춘 부처님의 눈이다.
미간백호(미간백호)
부처님이 가지고 있는 32상의 특징 중 하나. 미감에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있으며 광명을 발한다고 한다. 좌우 눈썹 가운데 백옥 같은 빛이 있는 상(相)을 가리키며 제 3의 눈이라고 한다.
박소은/MBC 구성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