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비롯한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의 종교지도자들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소재의 음식점 '달개비'에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각 종교계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과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 묘장 스님(조계종 사회국장) 등 범종교 6인회의 구성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우 신부의 사회로 진행됐다.

종교지도자 대표발언에서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종교계가 힘을 모아 사회 갈등의 핵심문제라 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통해 사회 통합의 가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종교지도자들은 호소문을 통해 "쌍용자동차 사태를 사회 화합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종교가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국민, 정부, 정치권, 기업이 노동자들의 비극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문은 또 "더불어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진영․계급의 논리를 넘어 사회 통합을 위해 종교인들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생명평화의 길을 열어갑시다.”


□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사랑의 가르침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가장 보잘것없는 생명이라도 존귀하게 섬기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창조주를 닮은 존엄한 존재로서 이웃 생명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는 만물이 한 몸, 한 생명이라는 동체대비사상을 선포하고 있으며, 원불교는 천지자연의 은혜로 모든 생명이 살아가기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천도교는 모든 만물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며 인간 생명은 더할 나위 없다고 가르칩니다.

□ 우리 종교인들은 종교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적 욕망과 무한경쟁으로 인한 죽음의 질주에서 벗어나 서로 믿고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사회화합과 통합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종교가 나서고자 합니다. 어느 한 쪽의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고 국민적 화해의 마음으로 사태를 수습하여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는 것입니다, 무고한 생명이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종교인들이 먼저 뜻을 모으고 그 길을 가고자 제안하니 국민들께서도 지혜를 모아 함께 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대립을 넘어 사회적 통합을 이루길 호소합니다.
우리 사회는 보혁대결, 좌우대립, 노사갈등, 여야정쟁, 지역과 계층 간 차별, 남북긴장 등 진영에 논리에 갇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 무고한 생명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특히 쌍용 자동차 사태는 노사충돌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동안, 예상된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으며, 책임 있는 건설적 대책 없이 끝 모를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권의 태만, 기업의 이기심을 탓하기에 앞서 종교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 생명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이며 그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생명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무심함을 반성하며 더 이상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정부, 정치권, 기업에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합니다. 아니 막아야 합니다.
우리 종교인은 죽음을 막기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인간 생명은 하늘이 내린 가장 신성한 선물입니다. 내 생명이 소중하듯 남의 생명 또한 소중한 것이며, 인간 생명이 소중하듯 자연 생명도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종교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이런 난관을 잘 해결해 주기를 기다려왔지만, 갈등은 증폭되고 죽음의 행진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으니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역사의 아픔을 방관하는 것은 종교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기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해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기도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희 종교인들의 중정을 믿어 주시고 무고한 생명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는 생명평화세상을 여는 길에 동행이 되어 주시길 호소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진영의 논리를 넘어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진심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 5월 17일
참가자 /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이용훈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성도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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