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비롯한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의 종교지도자들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소재의 음식점 '달개비'에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과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 묘장 스님(조계종 사회국장) 등 범종교 6인회의 구성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우 신부의 사회로 진행됐다.
종교지도자 대표발언에서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종교계가 힘을 모아 사회 갈등의 핵심문제라 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통해 사회 통합의 가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종교지도자들은 호소문을 통해 "쌍용자동차 사태를 사회 화합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종교가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국민, 정부, 정치권, 기업이 노동자들의 비극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문은 또 "더불어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진영․계급의 논리를 넘어 사회 통합을 위해 종교인들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생명평화의 길을 열어갑시다.”
□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사랑의 가르침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가장 보잘것없는 생명이라도 존귀하게 섬기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창조주를 닮은 존엄한 존재로서 이웃 생명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는 만물이 한 몸, 한 생명이라는 동체대비사상을 선포하고 있으며, 원불교는 천지자연의 은혜로 모든 생명이 살아가기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천도교는 모든 만물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며 인간 생명은 더할 나위 없다고 가르칩니다.
□ 우리 종교인들은 종교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적 욕망과 무한경쟁으로 인한 죽음의 질주에서 벗어나 서로 믿고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사회화합과 통합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종교가 나서고자 합니다. 어느 한 쪽의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고 국민적 화해의 마음으로 사태를 수습하여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는 것입니다, 무고한 생명이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종교인들이 먼저 뜻을 모으고 그 길을 가고자 제안하니 국민들께서도 지혜를 모아 함께 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대립을 넘어 사회적 통합을 이루길 호소합니다. 우리 사회는 보혁대결, 좌우대립, 노사갈등, 여야정쟁, 지역과 계층 간 차별, 남북긴장 등 진영에 논리에 갇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 무고한 생명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특히 쌍용 자동차 사태는 노사충돌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동안, 예상된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으며, 책임 있는 건설적 대책 없이 끝 모를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권의 태만, 기업의 이기심을 탓하기에 앞서 종교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 생명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이며 그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생명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무심함을 반성하며 더 이상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정부, 정치권, 기업에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합니다. 아니 막아야 합니다. 우리 종교인은 죽음을 막기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인간 생명은 하늘이 내린 가장 신성한 선물입니다. 내 생명이 소중하듯 남의 생명 또한 소중한 것이며, 인간 생명이 소중하듯 자연 생명도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종교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이런 난관을 잘 해결해 주기를 기다려왔지만, 갈등은 증폭되고 죽음의 행진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으니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역사의 아픔을 방관하는 것은 종교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기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해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기도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희 종교인들의 중정을 믿어 주시고 무고한 생명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는 생명평화세상을 여는 길에 동행이 되어 주시길 호소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진영의 논리를 넘어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진심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 5월 17일 참가자 /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이용훈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성도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