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신부는 마주보며 엎드립니다. 합장한 손을 흙바닥에 대고 두 무릎을 찧어 버티다 이내 온몸을 쭉 펴 엎드립니다. 어지러운 머리끝에서 나도 모르는 자만이 비쳐지던 이마, 향긋한 것에만 끌리던 코끝도 맨 바닥에 닿았습니다. 진리와 평화에 대한 마음을 품은 가슴도, 채움과 비움 사이에서 갈등하던 배도, 편한 길을 찾으려는 발끝도 모두 땅에 닿았습니다. 자신의 신체 모든 곳을 땅에 땋도록 엎드려 절하는 오체투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입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그 자세로 세상과 만나겠다며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했습니다. 위협받는 민주주의, 위기의 인권, 종교 갈등의 부추김 같은 세간사 일을 바로잡고자 나선 것입니다. 땅에 온 몸을 붙이고 엎드려 기도하며 나아가는 이는 스님과 신부 두 수행자뿐이지만, 오체투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세상 모든 이들, 모든 만물이 처음 시작하던 때의 빛나던 순간으로 돌아가자는 커다란 울림입니다.

글=편집실
사진=오체투지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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