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기념법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10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에서서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지난 1962년 4월 11일, 한국불교는 치열하고 고된 정화운동의 결실로 마침내 대한불교조계종을 정식 출범시킨 바 있다

이날 기념법회에는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사자와 조계사 신도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는 삼귀의, 반야심경,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기념사, 원로의원 월탄스님의 기념법어, 사홍서원의 순으로 진행됐다.

자승스님은 기념사를 통해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한 교단을 수립한지 50년을 맞이했다”면서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교단 건설을 위한 다양한 노력,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실추된 승풍을 진작하여 수행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종단은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종교로서 자랑스러운 면모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승스님은 “역사의 거울은 우리 종단이 국민과 사회에 보다 가까이에서 함께할 것을 묵묵히 비춰주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영예와 자부심에 만족하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과 극복해야 할 것을 더욱 크게 생각해야 한다”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이념과 모든 존재의 자유와 평화를 실현하고자 진력을 다한 선대의 원력에 경의를 드리며, 사부대중과 더불어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밝혀나가겠다는 불퇴전의 서원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어를 설하는 월탄대종사

 월탄스님, “선학원서 시작된 정화운동, 조계종단 산파 역할”

한편 월탄스님은 약 40여 분이 넘는 긴 법어를 통해 사부대중에게 종단 정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의에 관해 힘주어 설했다. 월탄스님은 1960년 11월 24일 사찰정화대책위원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고법의 판결을 깨고 대처승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에 항의하며 할복을 시도했던 6인의 비구승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당시 스님의 나이 24세였다.

월탄스님은 1950년대 초반까지 한국불교를 압도하고 있던 왜색화된 대처승 7000여 명에 대항해 당시 200여 명에 불과했던 비구 ‧ 비구니 스님들이 어떻게 한국불교의 정화운동을 이끌었는지 상세하게 설파했다. 월탄스님은 “전통불교의 청정수행 가풍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힘썼던 것은 오로지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진정으로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한 원력의 결과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월탄스님은 “당시 청정비구승들은 전통 한국불교의 승단을 완전히 새로이, 동시에 옛 것 그대로 만들어내고자 뜻을 합쳤지만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시련과 역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1954년 6월 효봉, 적음, 동산, 금오스님 등이 선학원에 모여 불교교단 정화대책위원회를 조직, 전국비구승대표자대회, 전국비구승대회 등을 잇따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출발된 본격적인 정화운동에 대해 상세히 묘사했다.

월탄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의 전통 ‧ 청정 수행승단이 다시금 되살아난 정화 과정에 대해 모든 후학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오늘 말씀이 길어졌다”라면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이 불교정화운동에 대해 말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종단 선거 비리문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그러나 스님의 서릿발 같은 말씀은 과거를 뛰어넘어 현실의 한국불교로 향했다. 월탄스님은 “처음 태동했던 시기엔 불과 100명도 채 되지 않았던 비구승들의 수가 지금은 1만 3000명으로 늘어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조계사 도량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면서 “그러나 요즘 스님들이 1700년 한국불교 역사를 되새기며 모든 국민들이 부처님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얼마나 품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경책했다.

월탄스님은 “7000명 대처승과 대치하며 정법을 수호하고자 다짐했던 당시의 순수함, 주지나 종회의원 자리가 나면 서로 양보하면서, 설령 그런 자리를 맡더라도 오로지 머슴의 자세로 임했을 뿐인 그때의 순수함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종단에 그간 부끄러운 일이 많았고, 특히 저도 법주사와 범어사 선거를 가까이 지켜보았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많았다. 일반 사회보다도 못한 병리에 종단이 크게 오염되어 있다는 걸 알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월탄스님은 “모든 중생을 해탈시키겠다는 간절한 염을 버린 채 물질만능, 권력만능주의에 취한 승단 분위기는 분명히 척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저희 종단 원로의원들도 이번 종정스님 선거와 관련해 일체의 금품, 전화질, 방문 등 인정(人情)적으로 종정을 스님을 모시는 모든 행위를 삼갔다. 이 (선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모두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 말씀에 이어 스님이 내린 법어는 중국의 승조스님이 설했던 “전생에 지은 일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 받는 과보가 이것이요, 내생에 받는 일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 짓는 일이 바로 그것이로다”(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欲知來生事 今生作者是)라는 말씀이었다. 월탄스님은 “우리가 당시 대립했던 대처스님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은 바로 이 말씀”이었다며 “이제 우린 여기서 나아가, 너와 나의 구별을 뛰어넘고 모든 이웃을 껴안는 동체대비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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