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윤달입니다.

윤달은 다른 말로 ‘여벌 달’, ‘공달’, ‘남는 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즉 ‘덤으로 있는 달’이라는 뜻입니다.
윤달은 태음력에 기초해 생겨났습니다. 태음력은 일년이 354일입니다. 태양력을 쓰는 365일에 비해 1년 마다 11일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3년에 한 번, 19년에 7번의 윤달을 채워 나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윤달과 관련해 여러 가지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탈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귀신도 모르는 달이 윤달이므로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도교의 영향이 있습니다. 윤달에는 각자 맡은 달을 관장하는 명부전의 십대왕이 모두 한 곳에 모여 휴가를 즐기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귀신도 모르는 달’로 회자되고 이 시기에 무엇을 하던 업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윤달에 세 가지 행사들이 치러집니다.

첫째가 삼사순례입니다. 우리나라 연중 행사및 풍습을 설명하고 있는 『동국세시기』에 “윤달에 세 번 절에 가면 이생의 업장과 액운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삼사순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둘째가 가사불사입니다. 3개월 안거를 마치고 나온 수행자에게 가사를 보시하는 것은 최고의 공덕이라고 전하는 <십송률(十誦律)>의 경전 말씀이 인용된 까닭입니다.

셋째는 생전예수재입니다. 고려시대 제작 판본된 <불설예수시왕생칠경>과 <불설관정수원왕생시방정토경>에 생전예수재의 공덕을 전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업장소멸의 공덕을 닦아놓는 것이 생전예수재의 의미인데, 윤달에 이를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덤으로 있는 달인 만큼 같은 정성으로 불공을 드려도 평달보다 그 효과가 영험할 것이라고 믿는 데서 유래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예로부터 윤달에는 각 지역마다 자신의 과보를 빌고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습니다. 영남지역에서는 업장소멸을 위한 불공기도가 유행했고 전라지역에서는 고창을 중심으로 ‘성돌기’[성밟기]라는 행사가 윤달마다 유행했습니다. 학자들은 ‘성돌기’를 불교의 ‘탑돌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사람들은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수행과 정진을 게을리 합니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주력하지 못했던 공덕과 수행을 덤으로 생긴 윤달에 닦도록 독려하는 데 불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공달이라고 해서 막행을 일삼지 말고 오히려 더욱 자신을 채근하라는 의미입니다.

윤달을 맞아 어떻게 생활해 나갈지 깊이 있는 성찰과 정진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 법진스님 / 본지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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