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곳곳을 휘젓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원/달라 환율은 급등한 반면 주가는 급락했고, 각종 내수경기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소비·투자·수출 등은 움츠러들고, 그 여파가 실물 경제에까지 적신호를 켰다.
삼성경제연구소의 ‘CEO Information 677호(2008년 10월 22일자)’에 따르면, 2009년 경제성장률은 3.6%로 잠재성장률(4% 후반)을 크게 하회하고 수츨증가율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인 8.3%로 전망돼,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기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눈깜짝할 사이 우리 앞에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정경제’와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4,800만 인구 중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을 하는 빈곤층이 536만 명(2006년 기준)이나 된다.
이제 닥칠 깊고 긴 불황의 터널을 생각하면 그 절망의 끝은 어디인지, 과연 그들이 절망에서 벗어날 수나 있을지 짐작도 할 수 없다. 홍수가 나면 맨 먼저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절, 불자들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우리 사회가 어려울수록 우리는 수행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처님이 제시한 해결책을 좇고, 불자들은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금같은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줄 의무가 있다.

‘이법(理法)을 실천하라’
불교의 기본경제 개념은 ‘무소유’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수행자, 특히 스님들의 삶은 갈아입을 세 가지 종류의 옷 한 벌과 발우 하나에 의한 무소유의 생활이다. 그런데 이러한 출가자의 금욕적인 생활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재가자들의 가정경제에 있어서도 재물을 획득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과 같은 어려운 경기에 ‘재물을 지니고 있는 것 자체를 불교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아노미상태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초기경전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일반 재가자의 경제생활, 특히 가정경제에 대해서는 ‘정당한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해 보다 많은 재화를 획득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왜냐하면 재물은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안락을 줄 수 있고, 또 나머지 여력으로 성자와 출가자에게 공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지부경』에는 “가게를 보는 주인이 오전에도 열심히 일에 힘쓰고, 낮에도 열심히 일에 힘쓰고, 또 오후에도 열심히 일에 힘쓴다면,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을 얻을 수 있고 이미 얻은 재물을 증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부처님께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재물을 축적하라고 하지는 않으셨다”며 “재물을 축적하되 정당한 방법 곧 ‘이법(理法)에 적합한 행위’, ‘비난을 받지 않는 행위’, ‘순수한 노력에 의한 행위’에 의해 재산을 획득하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의 경제관은 무소유의 범주를 넘어 직업에 충실해 성실하게 생계를 꾸려 가라고 가르친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갖지 말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야 일정부분의 재화를 얻을 수 있고, 행복한 가정생활도 영위할 수 있다고 본다.

‘사분법을 실천하라’
『잡아함경』의 ‘사분법’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불교도는 수입을 4등분하여 그 중의 1/4은 자신의 생계비에 사용하고, 2/4는 생업을 영위하거나 자본으로 재투자하고, 나머지 1/4은 저축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빈궁에 대비하라.”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재가자가 획득한 재물을 헛되이 쾌락적인 향락생활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금하도록 가르쳤다. 동국대 박경준 교수는 “사분법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요즘의 가정경제를 비추어 보더라도 축적된 재물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수입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만일을 위해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며 “오늘날 우리들도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매사에 직업에 대한 신성성을 가지고 근면과 성실함을 보이는 것은 가정경제를 꾸리는데 있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불교에서는 ‘열심히 정진하면 재물을 얻을 수 있고 또 늘일 수 있다’고 제시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보편적인 진리가 절대적인 진리로 남는 셈이다. 부처님은 경제적 기초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물을 얻는 수단으로서 정당한 직업적 수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재물을 얻으려고 탐욕을 부려, 마침내는 죄를 범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생경(善生經)』에서는 “처음에 기술(技術)을 배우고, 나중에 재물(財物)을 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부처님은 또한 재산의 손실 혹은 소모의 인위적, 자연적 원인으로 여덟 가지를 들었으며, 이것을 ‘팔난설(八難說)’이라 한다.

‘사법(四法)을 실천하라’
가혹한 조세(租稅)나 부당한 정치에 의해서 국민의 재산을 수탈하는 군주의 행동을 말하는 ‘폭군의 난(王難)’, ‘도적의 난(盜難)’, ‘수재(水災)’, ‘화재(火災)’, ‘자연소모’, ‘빚(債務)’,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데도 베풀지 않기에 늘어나는 민중의 원성에 의해 가문이 쇠퇴해가는 ‘원가(怨家)의 파괴’ 및 ‘자녀의 낭비’ 등으로, 재산은 반드시 믿을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것을 절약하고, 계획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처님은 먼저 정당한 직업을 배우고, 이 직업을 통해서 얻은 재물로 가정을 꾸려가며, 여력이 있으면 저축해 불시에 대비하는 것이 곧 건전한 가정생활의 기초가 된다고 설했다. 이처럼 저축(貯蓄)을 장려했지만, 지나치게 절약(節約)했 수입에 비해 터무니없이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배척했다.
일찍이 ‘발가’라고 하는 나이 어린 바라문(婆羅門)이 부처님께, “어떻게 하면 현세에 안락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사법(四法)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부처님은 수입에 비해 너무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우운발이과’에는 씨앗이 없음에 비유하고, 수입에 비해 너무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아사구(餓死狗)’에 비유해 이러한 것들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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