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종교 예배의식 못지않게 교리교육을 강제하는 것도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심히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나마 대학교의 경우 여러 학기의 강제 채플과 달리 종교과목은 졸업 때까지 한 학기만 이수하면 되지만, 종교계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주 한 시간씩 3년에서 6년 간 본인의 종교와 무관하게 특정종교의 교리를 배워야 한다니 너무 가혹하다.

특히 개신교 학교의 경우가 강제성이 제일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 수로 보아도 불교계는 기독교계의 1/10에도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탄력적이고 도그마성이 적은 불교 교리의 특성상 타인에게 강제성을 띠는 것이 쉽지 않아 그 영향은 기독교에 비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불교계 학교가 개신교 학교 흉내를 내 학생들에게 불교교육을 강제하는 느낌을 준다면, 그것은 불교적이지도 않고 사회적 명분은 물론 현실적 실익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므로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먼저 종교과목의 편성을 살펴보자. 제7차 교육과정의 종교교육 관련 중ㆍ고등학교 지침에는 “종교과목을 부과할 경우,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불교나 천주교 학교는 종교 단일 과목을 편성한 학교가 하나도 없다. 반면에 개신교계 학교는 전국적으로 26개교가 고집스럽게 종교과목을 단수로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온갖 편법을 쓰고 있는 학교들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단수 개설이나 마찬가지인 학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편법이란 문서 상 복수로 편성한 것으로 해놓고 실제로는 종교과목만 가르치는 경우, 복수과목 편성이라는 ‘번거로운’ 요구를 피하기 위해 종교과목 대신 철학과목을 개설한 다음 실제 수업은 종교교과서를 가지고 성직자가 가르치는 경우, 정규수업 시간이 아닌 재량활동 시간에 종교과목을 가르치는 경우 등이 바로 그 것들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강의석군 소송에서 피고인인 대광학원측도 “종교과목 개설시 복수과목 편성을 의무화한 고시는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그 법규성이 없어 반드시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까지 주장하는 실정이다. 법률적 해석의 틈을 노려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속셈이다.
종교교육의 내용도 문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7년도 ‘초ㆍ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 고시’에 명시된 종교교육의 목표는 “종교에 대한 폭넓고 균형 있는 지식을 습득하여 건전한 종교관을 정립하고, 인생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을 배양하며, 종교의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올바르고 참된 삶의 태도를 기른다”고 되어 있어 합리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종교교과서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종교적 이해’, ‘종교의 다양성과 차이’, ‘세계의 종교와 문화’, ‘한국의 종교와 문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종교 위주의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국가가 제시하는 ‘종교교과 교육과정’을 무시한 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육당국의 권위가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은, 종교과목에 대한 분명한 교육목표에 비해 그 시행에 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애매모호하게 둠으로써 학교의 편의나 종교교사의 자의에 따라 왜곡되게 운영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은 결과이다. 여섯 개의 교육목표별 비중ㆍ수준ㆍ강의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마지막 부분인 ‘특정종교의 경험과 신앙심 키우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였으며, 결국 타종교 학생들에게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것까지 정당화 되는 것처럼 주장하게 만든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실효성이 없는 ‘고시’를 매년 반복해서 하달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국민의 수학권과 학생의 종교인권의 보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종교교육은 자칫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제도를 가능한 한 치밀하게 다듬어 놓아야 한다. 시행령 또는 더 바람직하게는 그 상위 법규인 법률의 제정을 통해 지키지 않았을 경우 징계, 지원 축소 등 단호한 벌이 뒤따르도록 함으로써 헌법정신을 실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 제도로는 종립학교가 촘촘하게 쳐 놓은 그물망을 학생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제 타종교 학생들에게 심적 고통을 주는 특정종교 교육이 왜 필요한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종립학교일지라도 특정종교인들만 다니는 특수학교가 아닌 이상 국ㆍ공립학교에서처럼 아예 종교교육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그것이 무리라면 공청회와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종교교육에 대한 범위와 한계 등을 꼼꼼히 따져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기준을 도출하는 데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동의한 바 없는 강제 종교교육, 이젠 사라져야 한다.

편집실/

‘학내 종교자유 투쟁’ 강의석 씨 학교 상대 일부 승소

학교에서 원치않는 학생에게도 종교의식을 강요한 것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월 5일 고교 재학 당시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강의석 씨가 모교인 대광고등학교 재단 대광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교 교육의 자유가 교육 기관의 형태를 취할 때는 학생의 신앙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는 학생의 기본권이 더 존중돼야 한다"며 "피고 측이 시행한 종교의식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종교단체가 선교를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고 해도 학교는 선교보다 교육을 우선해야 하고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특정 교리와 의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강 씨는 2004년 모교인 대광고등학교가 종교행사를 강요하고, 이에 불응하자 퇴학 처분을 내려 헌법상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학교 재단을 산대로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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