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건축은 뒷산이 보이고 유교 건축은 앞산이 보입니다. 유교 건축은 안에서 바깥, 즉 앞산을 보는 쪽이 정면이고, 불교는 밖에서 건물 쪽 뒷산을 바라보는 풍경이 정면이 됩니다. 봉황산 부석사, 삼각산 화계사라고 할 때 절 이름에 붙는 산은 뒷산입니다. 반면 병산서원에서 병산은 앞산을 말합니다. 유교 건축에선 앞산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봉렬, 2005년 평화나눔 아카데미 강연 中)

인간이 머무는 ‘집’. 그리고 집을 짓는 ‘건축’. 집과 건축은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살아오면서 요구됐던 필수불가결한 부문 중 하나다. ‘보금자리’란 말도 있듯 집이란 공간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육체적 · 정신적 안식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집’과 ‘건축’을 입 속으로 되뇔 때 느껴지는 감정은, 이런 단순하고 아름다운 정서와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이제 '집'이 아니라 주택이요 아파트다. ‘건축’이란 단어에선 불친절한 콘크리트 바람이나 대규모 토목공사와 같은 풍경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인간의 ‘주(住)’는 돈벌이가 되고, 권력이 되고, 경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세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집이 자연과 담백하게 조화를 이루고, 문화적 향취가 은은히 담겼던 전통을 회복할 수 있을까.

대한불교진흥원은 2월과 3월 이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연과 인간이 통(通)하는 집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열리는 화요 열린 강좌가 그것. 2월 21일(화)에는 건축가 김봉렬이, 3월 20일(화)에는 한국문화콘텐츠개발연구소 신광철 소장이 초청돼 강연한다. △앎과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의 집, △숨을 쉴 수 있는 집과 불교의 생태적 가르침을 보여주는 절집, △자연으로 지은 한국문화의 결정판, 한옥 등이 이번 연속 강좌의 주제다. 각각 저녁 7시, 마포 다보빌딩(BBS) 3층 다보원.

▲ 김봉렬 건축가
건축가 김봉렬은 “건축전문가와 떠나는 머물고 싶은 옛집, 옛절 기행”이란 컨셉으로 ‘불교의 집’에 대해 강의한다. 김 건축가는 사찰 건축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지향해왔는지, 또 불교적 생태관과 접목된 자연의 미(美)를 구축해왔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비영리민간단체인 사단법인 나눔문화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봉렬은 한국 고(古)건축의 세계관과 미학을 통해 근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 신광철 소장
이어 한국문화콘텐츠개발연구소 신광철 소장은 우리 선조의 숨결이 깃든 '한옥'을 통해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신 소장은 한국인의 심성과 미학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 국보를 비롯, 특히 한옥 건축양식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글을 써왔다. 신 소장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우리의 한옥을 망라하여 『전통소형한옥』, 『한옥설계집』 등을 발표했으며, 시인과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대한불교진흥원은 매월 1회씩 <저자 및 문화예술가와 함께하는 책, 그 너머의 이야기>라는 기획으로 ‘화요 열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본 연속강좌의 책은 김봉렬 건축가의 『옛절 기행 -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컬처그라퍼 刊), 신광철 소장의 『전통 소형 한옥: 작은 한옥의 美』(한문화사 刊)이다.

‘화요 열린 강좌’의 회비는 무료이며, 회비를 받지 않는 대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3천원 이내를 십시일반으로 모금함에 넣으면 여기에 대한불교진흥원이 보태서 그 전부를 불우이웃 등에게 보낸다. △문의 및 신청은 대한불교진흥원 02-719-2606, 또는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dharin)를 통해서 가능하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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