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은 한국불교 의식 경전 중 대표이다. 모든 불교적 교리를 섭렵한 통불교적 경전인 탓에 모든 사찰의 의식에 염송되는 필수적 기본 경전인 《천수경》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특색을 담은 경이다. 한국불교의 독자적인 역사성이 융화되어 기복과 예참, 보살의 실천 의식인 육바라밀, 밀교와 선불교 수행까지 담긴 통불교적인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다. 또 《천수경》은 사찰뿐 아니라 민간 굿판의 경문이나 무가 혹은 만가에까지 사용되는 한국문화의 간판 스타라 할 만하다.

전 송광사 주지 현봉 스님이 낸 ‘천수경 강의 《너는 또다른 나》’는 이같은 《천수경》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해설한다. 모든 수행과 교리를 배척하지 않고 그 정수만을 골라 담은 《천수경》을 스님은 ‘한국불교의 얼굴’이라고 평가한다.

현봉 스님의 천수경 강의는 그동안 나온 《천수경》 해설들이 택한 해석에 억매이지 않았다. 스님은 출간에 앞서 서울 불광사에서 일반인에게 《천수경》을 주제로 법회했고, 강의 원고를 윤문하는 작업과정을 겪었다. 법회 과정에서 다른 경전과의 비교, 불교설화와 많은 역사이야기 등 예화와 사례를 풍부하게 해설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특히 ‘천수경 강의 《너는 또다른 나》’는 세심한 스님의 성품이 드러난다. 《천수경》의 근본인 가범달마 본과 의상대사 〈백화도량발원문〉의 원문과 해설을 부록과 들머리에 실었고, 〈신묘장구대다라니〉에 대해서도 자세한 해석을 덧붙였다.

눈에 띠는 점은 ‘천수경 강의 《너는 또다른 나》’에 《반야심경》을 선의 입장에서 해석한 《선에서 본 반야심경》번역의 경험과 봉암사·월명암·수도암 등 제방선방에서 수행에서 얻은 ‘선사’로서의 경험치를 담았다. 선과 연기(緣起)의 입장에서 설명해 낸 점이 책 제목이 되었다.

현봉 스님은 《천수경》을 “깊은 신심의 귀의와 장엄한 공덕의 찬송과 간절한 발심의 서원으로 엮어진 위대한 ‘만트라’이며 오묘한 진리의 말씀이며, 장엄하고 무애자재한 아름다운 서사시”라고 평했다. 스님은 이 책이 천수경에 대한 단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제시하고 지혜와 자비를 완성하길 바랬다.

현봉 스님/불광출판사/15,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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