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세월이 일깨워주는 성쇠와 고락의 섭리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도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태국 대홍수 재난, 탈레반의 사살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중동지방의 독재자 축출과 유럽연합의 재정 위기가 세계경제를 위축시키는 등 곡절과 염려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 집착과 갈등이 깊을수록 사회의 위기와 고통은 배가됩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깊은 성찰과 반조를 통해 지혜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고, 반목과 이기를 화목과 나눔으로 이끌어 나갈 때 참된 정토의 세계가 열립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분심(忿心)을 키우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사량(思量)을 넓혀 나간다면 평화와 공존의 살기 좋은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서원(誓願)을 세워야 합니다. 서원이 없는 삶은 세월의 흐름에 그냥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입니다. 서원이란 꼭 성취하겠다는 원력입니다. 간절한 서원이 있는 곳에는 실천의 정진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원력(願力)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과 제불보살들도 모두 큰 원력을 세웠습니다. 아미타불은 48가지의 원을 세우고 있고, 약사여래는 12대원이 있으며, 보현보살은 10가지 원력을 서원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해 무엇으로 서원을 세워야 하겠습니까?

서원이 없는 삶은 방일과 탐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반조를 통해 새롭게 가다듬은 서원은 발전과 도약의 삶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서원으로서 희망찬 임진년의 일주문을 열어 나갑시다.

임진년 새해 아침.

- 법진스님/ 불교저널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