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스님의 문학정신 계승을 위해 발행되는 격월간 시전문지 『유심』에서 ‘2011 유심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23일(금) 오후 6시, 강남구 신사동 유심 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올해의 좋은 시(시조)’ 시상식에 이어 불교문학 애호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우정과 친교의 시간’이 마련된다.

이날 수상하는 ‘유심 선정 올해의 좋은 시와 시조’는 각각 1편씩이다. △시 부문 홍종화 시인의 <오래된 생불>(유심 5/6월호 게재), △시조 부문 김강호 시인의 <향낭(香囊)>(유심 7/8월호 게재) 등이 그것.

만해 한용운 스님이 1918년 창간한 문예지 『유심』은 지난 2001년 봄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 의해 복간돼 현재는 격월간으로 발행되고 있다. ☎문의: 유심 편집실 02) 739-5781.


‘유심 선정 올해의 좋은 시’


오래된 생불(生佛) / 홍종화


어미개가 새끼를 11마리 낳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털은 까칠했다

어미개가 탯줄을 잘라 먹고 새끼 똥을 먹어 치웠다
황금 꽃똥을 먹었는데 시꺼먼 설사를 해댔다

어미개가 새끼를 핥아 주었다
양수를 머금었던 강아지들의 털이 녹차밭 같았다

어미개는 배가 홀쭉해도 젖을 먹였다
젖에선 피가 났지만 두 눈만 껌뻑거렸다

장마 지나 개집에 곰팡이가 들이쳐도
어미개는 늘어진 젖을 드러내고 보살처럼 앉아 있었다

그렇게 오는 생불(生佛)은
아무도 몰랐다


홍종화 | 강릉 출생. 2008년 《유심》으로 등단. 강원작가회의 회원. 현재 동해광희중학교 교사.


‘유심 선정 올해의 좋은 시조’

향낭 / 김강호


차오른 맑은 향기 쉴 새 없이 퍼내어서
빈자의 주린 가슴 넘치도록 채워 주고
먼 길을 떠나는 성자
온몸이 향낭이었다

지천명 들어서도 콩알만 한 향낭이 없어
한 줌 향기조차 남에게 주지 못한 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잡초도 못 되었거니

비울 것 다 비워서 더 비울 것 없는 날
오두막에 홀로 앉아 향낭이 되고 싶다
천년쯤 향기가 피고
천년쯤 눈 내리고……


김강호 |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아버지》가 있음.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 박성열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