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여성연구소는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창립기념 학술 토론회 ‘21세기 페미니즘 시대에 여성 신행의 재조명’을 개최했다.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여성연구소(소장 조은수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일(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창립기념 학술 토론회 ‘21세기 페미니즘 시대에 여성 신행의 재조명’을 개최했다.

이번 학술 토론에선 1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서강대 종교연구소 조승미 연구원의 ‘치마는 없다: 젠더화된 기복신앙과 한국 불교 가족주의 비판’, △조계종 교수아사리 명법스님의 ‘여성불교의 관점에서 본 기복불교’, △불교여성개발원 한주영 사무처장의 ‘치마불교,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등의 주제발표가 마련됐다.

또 조계종 단일계단 위원 및 교수사 지운스님, 미국 듀크대 종교학과 교수 일미스님, 고려대 이윤선 학생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지정토론 및 종합토론을 맡았다.

첫 번째 발표 ‘치마는 없다…’에서 조승미 박사는 한국불교의 기복신앙이 가족주의 속에 여성에게 부여되는 종교적 의무로 전승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비난의 대상은 ‘치마’로 상징되는 여성이 아니라 구조화된 가족주의라는 것. 나아가 조 박사는 한국불교에서 가족주의 및 기복신앙의 고리가 끊어지기 어려운 원인으로 ‘승가의 가족주의’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기복신앙의 해결방법을 사찰재정의 공개 등 다른 차원에서 새롭게 해석했다.

두 번째 발표 ‘여성불교의 관점에서 본 기복불교’를 맡은 명법스님은 ‘기복불교=치마불교’라는 관념은 여성을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서양 오리엔탈리즘의 구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명법스님에 따르면, 여성은 기복불교를 통해 가피를 얻음으로써 보답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자발적으로 남에게 베풀기를 즐기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불자들은 자신들의 신행의 가치를 자각하는 동시에 이러한 가치를 둘러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스님의 주문이었다.

마지막 주제발표 ‘치마불교,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를 맡은 한주영 사무처장은 여성불교는 이미 개인의 기복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다양한 포교와 신행활동에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사무처장은 한국의 여성불교가 군인, 재소자, 새터민 등 소외된 약자를 보살피는 대승보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따라서 여성불교를 부정적 시각으로 규정하는 “치마불교”라는 용어가 더 이상 사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정토론자 지운스님은 “기도나 천도재 같은 것은 수행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기복불교적 신행의 가치를 평가절하 했다. 지운스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선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며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어 일미스님은 미국불교와 미국여성운동사가 연계된 지점을 소개하며, 한국여성불교 역시 자신의 신앙을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윤선 학생은 젊은 여성불자로서 불교 교육환경에 대해, 개인의 수행과 성장을 돕고 점검해주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없었음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이 부분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요청했다.

참가자 중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 대학 교수(남성)는 쌍둥이를 키우며 기저귀를 7천장쯤 갈았을 때 깨달음을 느꼈다면서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통해 성장함을 알았다고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불교여성개발원 측은 “이번 창립기념 학술 토론회는 여성의 신행에 대한 여성 자신의 목소리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발표 등을 통해 여성 스스로 자신의 신행을 정리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여성불교의 긍정적 에너지와 한국불교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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