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경신사(鏡神寺)에 소장된 고려탱화 수월관음도

일본 경신사 소장 고려탱화 수월관음도는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가장 크고 기법이 뛰어난 명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작품의 훼손이 매우 심해, 일본 내에서도 1년에 40여 일 정도만 전시할 정도로 친견의 기회가 제한된 실정이다.

우리 선조들의 예술혼을 기리며 작품의 존재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수월관음도가 새롭게 복원 ‧ 제작돼 눈길을 끈다. 조계종 제10교구본사 팔공산 은해사(주지 스님)는 12월 4일(일) 오전 10시 30분 은해사 법당 앞에서 ‘고려 괘불탱화 수월관음도 친견 대법회’를 봉행한다.

복원을 맡은 이는 서경대학교 박미례 교수. 박 교수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본거지인 마곡사 불화승의 맥을 5대째 계승하고 있으며,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불교 고(古)미술 전문가다.

박 교수는 원본을 자주 대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울러 고려시대 비단그림의 전통을 지금도 잇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작품의 복원을 맡았다. 2009년 전통기법으로 복원을 시작, 2011년 11월, 3년 만에 완성의 기쁨을 맛봤으며 복원된 작품은 12월 4일 법회를 기점으로 은해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고려 수월관음도는 아미타 부처님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불자들을 극락정토에 이르게 하는 모습이 그려진 불화다. 또 그 배경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대로 53선지식을 찾아 보살도를 배우고, 보현보살의 원과 행을 성취함으로써 법계에 들어간다는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작품은 고려 충렬왕 당시(1310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8명의 궁정화가가 동원돼 제작되었다. 1391년 일본에 전래되어 6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일본 사가현 가가미진자[鏡神寺]에 소장되었으며, 현재는 사가현 현립박물관에 위탁 보관되어 있다. 세로 4m 30cm, 가로 2m 54cm의 크기로, 일본의 중요문화재에 지정되었다.

수월관음도는 2003년 일본을 벗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여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8년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도 대여 전시를 했지만, 현재 비단의 열화와 안료의 박락이 심해 본래의 색을 많이 잃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

복원 제작을 주도한 은해사 측은 “경산사 소장 수월관음도는 고려시대 불화이지만 한국에선 대여 전시를 통해서도 감상하기 어려운 처지이며, 우리 국민들이 감상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작품”이라며 “특히 학술적 ‧ 예술적 ‧ 역사적 가치가 크고 국민들에게 당시 선조들의 예술적 기량과 과학적 제작기법 등을 알릴 수 있다”고 복원 취지를 설명했다.

- 박성열 기자

▲ 박미례 교수가 복원 제작한 수월관음도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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