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촉발되어 전 세계를 흔드는 엄청남 경제적 위기 때문에 점증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상실로 인한 심각한 정치적 불안, 흔들리는 학교교육, 이분법적 사고의 횡행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확산, 빈부격차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 고사상태로 빠져드는 문화시장, 해소되지 않는 청년실업, 심리적 불안에 따른 자살자 증가 등으로 말미암아 2008년 현재, 대중은 그야말로 모든 희망을 잡아야 할 형편이다.

그 언제였던가? 성공을 꿈꾸던 시절이, 한때 벤처열풍이 불면서 우리는 남보다 먼저 변하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부자의 습관을 배워보기도 하고 재테크의 방법론을 서둘러 익히기도 했다. 그도 아니면 종자돈을 마련한 다음 ‘10억’의 꿈을 달성해보려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도 ‘로또’ 대박을 맞은 사람은 허무함에 빠졌고 사다리에 올라탄 사람을 단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절망했다. 사람들은 성공을 포기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제 대중은 현명한 살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성공 우화’도 멀리하는 듯하다. 그들은 이제 성공을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어떻게 해서든 위안이라도 받으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가 최후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기치유(self-healing)가 이제 사회적 화두가 된 것이다.
특히 출판계에서의 자기치유의 징후는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물질이나 권력을 획득하는 매뉴얼보다는 마음을 치유하는 책들과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는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충실히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들이 강세를 띠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최근 사회전반에 불어 닥친 위기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앞으로도 4년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독서시장에서 자기치유의 열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번쯤 자신을 맹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많은 전문가들은 “이 시대에 사람들은 물질적인 조작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나머지 인간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할 수 없었다.”며 “물질주의 병폐로 생겨난 오늘의 정신적 공황을 치유할 대안으로 불교적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즉, 개인에게서 에너지를 끌어내고 사람들의 영혼을 결속시키는 이념과 전통을 창조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부재 등에 주목하고, 불교가 지금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할 때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근후 박사(이화여대 정신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교적 방법이 제일 좋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현실의 좌절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엄성 상실로 나타난다. 하나는 개인적 차원서 자기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성찰을 통해 부처가 되려고 하는 부단한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구조의 문제는 정치와 경제의 몫이다. 종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살과 실업에 관심 가져야 한다. 자비와 보시 등 소외된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껴안을 수 있는 실천성을 보여줄 때이다.”다고 말한다.
박남진 (신경정신과)전문의는 “심리적 공황기에 불교는 개인과 사회를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이끌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이기주의와 독선이 판치는 자본주의적 심성을 버리고 이웃과 더불어 불교의 자비를 실천하고 베풀 수 있는 열린 마음, 세계화된 마음을 갖도록 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불교가 좀 더 현실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 탄력성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영남대 의대 김성규 교수는 “참선은 현대병이라 일컬어지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뇌생리학계에서는 인정하고 있다.”며 “심리적 이상 상태 극복에도 참선은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김 교수는 “삶의 존재 의미와 가정의 정체성, 사회 도덕성이 무너져 내릴 때 개인들은 스트레스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이때 한번쯤 자신을 맹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정신적 이상 심리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덧붙인다.
철학과 정신이 부재한 시대에 우리인간이 지켜야할 도덕률은 부처님이 설하신 계율과 깨달음의 말씀을 삶속에 구현해내는 실천이다. 시공을 초월 오늘에 이른 부처의 음성은 이 시대 정신적 공황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의 길이요, 인간과 우주를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창조적 에너지를 지닌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바른 지혜로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중생의 삶에서 내면적 정신가치를 추구하는 보살의 삶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만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편집실/

자기치유에 주목한 베스트셀러
출판계에서 주목한 자기치유(self-healing)의 경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해서 살펴보면 대략 일곱 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 자신이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성공과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가르침(비밀)을 담았다는 『시크릿』(론다 번 회, 살림Biz)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베스트셀러 최상위의 한 자리를 자치했다.
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오픈하우스)의 ‘응원’에 대중은 많은 기대를 했다. 이 책은 작가가 고등학생 딸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같은 작가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푸른숲) 역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사생활’을 보여줌으로써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안겨주었다.
셋, ‘팍팍한 인생을 거침없이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이외수의 인생법을 담은 『하악하악』(해냄)이 45만 부나 팔려나갔다. 하악하악은 거친 숨소리를 뜻한다.
넷, 촛불정국이 들끓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다음의 아고라(광장)에 직접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배설 이후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듯한 글쓰기는 자신을 위한 치유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다섯, 칼날 위를 걷는 듯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인간은 힘겨웠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마련이다. 작가 황석영이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을 되돌아본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과 빈곤, 가족해체, 장애, 다문화가정 등 온갖 사회적 문제가 등장하는 성장소설 『완득이』(창비)는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국내소설들이다. 또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그의 열다섯 살 손녀 제스의 마지막 여행을 풍부하고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그려낸 성장소설 『리버보이』(팀 보올러, 다산책방)도 외국소설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섯, 죽음을 다룬 책의 유행이다.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40대 공학교수 랜디 포시가 우리에게 알려준 삶의 소중한 가치인 『마지막 강의』(살림)를 비롯해 죽음을 다룬 책들이 대거 유행했다. 유방암이라는 판정을 받은 뒤 뇌졸중으로 23년간 자신을 괴롭히다 죽어간 남편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생의 맨얼굴을 그린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민음사)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곱, 심리학 서적의 열풍이 더욱 거세졌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갤리온), 『설득의 심리학2』(노아 J. 골드스타인 외, 21세기북스), 『심리학이 연애를 말한다』(북로드), 『그림에, 마음을 놓다』(앨리스), 『심리학 초콜릿』(웅진윙스) 등 올해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은 심리학 서적들은 매우 섬세하게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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