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는 19일 조계종 전법회관 지하 교육관에서 일본 총리 방한과 조선왕실의궤 환수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0월 18일 방한(訪韓)한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올해 말까지 반환될 조선왕실의궤 중 5권을 먼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일본에 약탈됐던 1205권의 의궤 및 도서의 실질적인 환수가 시작됐다. 그러나 약탈문화재 환수와 관련된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공동대표 김의정 중앙신도회장)는 19일 조계종 전법회관 지하 교육관에서 일본 총리 방한과 조선왕실의궤 환수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선왕실의궤환수위의 김의정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장 법상스님, 사무처장 혜문스님,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회 문상모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의정 공동대표는 “지난 6월 일본의 내각 결의를 기점으로 오는 12월 10일까지 의궤 등 모든 도서가 반환될 예정이며, 이는 5년여 간의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문화재환수운동이 원만히 성취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목표의식,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 혜문스님

이번 운동의 실무를 책임졌던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스님은 “일본 총리 방한을 시작으로 우리 문화재의 본격적인 환수가 이뤄지는 것은 뿌듯한 일이지만, 정부당국의 대응과 노력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일본에 대한 외교적인 차원의 배려는 이해하지만, 이런 큰 경사를 쉬쉬하며 자랑스러워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잔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비겁한 태도가 아닌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특히 혜문스님은 궁내청 외의 도서들에 대하여 정부의 반환 요구가 전혀 없었던 것에 대해 비판했다. 스님은 의궤와 함께 반환되는 이토 히로부미의 규장각 대출도서 938책에 대해 언급하며 “이 반환은 과거사의 반성과 사죄의 의미가 아니라, 일본 입장에서 나중에라도 왕실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사려 깊은 처분이라 해야 옳다. 우리 스스로 역사적 평가에 소홀하면서 일본의 눈치를 보고 수동적으로만 대처해 온 점에 대하여 정부당국과 서울대 규장각은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상모 부위원장은 “한 나라의 영혼은 자국의 문화유산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번 의궤 반환을 계기로 전 국민이 약탈문화재환수운동 및 문화주권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부위원장은 올 연말까지의 조선왕실의궤 환수와 관련해 일본에서의 이운 행사, 공항영접행사, 오대산 사고지 고유재 등을 비롯해 11월 12~13일 경복궁에서 대대적인 국민환영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전국적으로 약 40회의 지역순회콘서트를 개최해 학생과 시민들에게 문화재 약탈 및 문화주권에 대한 홍보 ‧ 교육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제자리찾기 ‘문화탐방사업단’을 운영해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14만여 점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간다는 게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회의 계획이라는 것.

한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일본 총리의 조선왕실의궤 환수를 계기로 17일 ‘국외약탈문화재환수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16명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대표발의했다. 구성결의안은 국외약탈 문화재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환수운동을 위하여 16인의 위원이 활동하는 ‘국외약탈문화재 환수특별위원회’를 국회내에 구성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번에 왕실의궤 일부가 89년만에 일본 궁내청에서 한국 정부에 전달된 것은 2006년부터 5년여간 불교계와 민간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라며 “이제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환수를 위해 민간 ‧ 종교단체, 지방정부, 중앙정부의 역할을 아우를 수 있는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왕실의궤가 불법 반출되어 일본 궁내청에 보관중인 사실은 지난 2001년에서야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계와 시민단체, 종교계 등에서 환수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고, 2006년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조선왕실의궤환수위’를 주축으로 환수운동이 전개됐다. 그 후 4년여 간의 노력 끝에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한 2010년 8월 10일, 일본의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식민지배 사과와 의궤 등 도서 반환’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박성열 기자

▲ 이번에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한는 대례의궤. 고종의 황제즉위식을 기록한 황제지보(皇帝之寶)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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