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교 정각원은 13일 대학 본관 중강당에서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을 초청해 특별법회를 봉행했다.

동국대학교 정각원(원장 법타스님)은 13일(목) 오후 5시 대학 본관 중강당에서 ‘고려대장경 천년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특별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특별법회는 고려대장경 초조 1000년을 기념한 것으로, 국내 고려대장경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이 초청됐다.

박상국 문화유산연구원장은 1974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으며, 76년부터 문화재관리국 전문위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실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시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지내며 고문서 전문가이자 서지학자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또 해외 유출 문화재의 조사와 환수에도 30여 년간 힘써온 박 원장은 지난해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조선왕실 고문서와 일본 궁내청 소장 고서들의 반환 협상 타결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박상국 원장은 고려대장경과 처음 맺은 인연을 소개했다. 박 원장이 마침 문화재관리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1976년, 고려대장경 영인본이 완간됐다고 한다. 영인본을 1질 구입해 읽으면서 대장경 경판 말미에 등장한 간기를 분류한 끝에, 박 원장은 고려대장경의 간기가 1237년부터 1248년까지임을 확인했다. 고려대장경 판각에 꼭 12년이 걸렸음을 직접 밝혀낸 것.

▲ 박상국 원장
박상국 원장은 이어 일본 강점기부터 잘못 알려진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의 정확한 판각기간과 장소 등에 대하여 1시간 반 동안 소상하게 설명했다. 특히 박 원장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강화도 선원사에 대장도감(大藏都監)이 설치돼 판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판각 장소는 경남 남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박 원장은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은 수기(守其)대사 등이 중심이 되어 내용 비교 판각을 위한 준비 기간(1233-1236)을 거쳐, 1237-1248년까지 12년 동안 판각됐으며 판각장소는 경남 남해”라면서 “지난 30여 년간 자료를 살펴본 결과 남해에서 100% 판각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팔만대장경 제작을 위해 강화 선원사에 대장도감을, 남해에 ‘분사’(分司) 대장도감을 설치했을 것으로 추측해왔으나 대장도감과 분사대장도감이 동일한 곳이었다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었다.

또 박 원장은 일본 강점기부터 초조대장경은 현종2년(1011)~선종 4년(1087)까지 77년 동안 판각됐다고 전해졌지만 이 또한 심각한 사실 오류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판각이 현종 2년(1011)에 시작한 것은 확실하지만, 선종 4년(1087)에 등장하는 개국사, 흥왕사, 귀법사에 대한 기록을 잘못 이해하여 1087년까지 77년이 걸렸다고 지금까지도 잘못 알려져 있다”면서 “판각기간은 현종 때의 초조대장경 판각은 1011년부터 10년, 문종 때의 속장경은 1065년부터 5년을 넘지 않았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박상국 원장의 주장은 현재 불교학계의 연구성과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서 앞으로의 논란이 주목된다. 박 원장은 “이렇듯 기초적인 자료 조사조차 소홀히 한 채 성대하게 치러지는 대장경 천년기념 행사에도 상당히 불만스러운 점이 많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과연 내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란 고민을 하다가, 금년 초부터 대장경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원장은 “선학(先學)들이 한번 잘못된 길로 빠지면 후학들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가 그만큼 쉬운 법이다. 선입견을 타파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면서 “고려대장경판에 담긴 정신은 오늘에 와서 왜곡되고 퇴색되어 과거의 유물로만 치부되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고려대장경판이 역사적으로 책임져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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