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덧 한낮의 뜨거운 태양도 느슨하고 뉘엿해졌다. 이제 곧 추석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앞서 숨 쉬었던 조상들 앞에 절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고향은 진정 당신들의 마음의 고향인가? 그곳에 돌아가면 당신의 영혼은 어린 시절의 그것마냥 맑고 평온해지는가?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지난 여름철 서울 ‧ 경기권에 많은 피해를 냈던 수해를 비롯해 이웃국가 일본과의 독도 문제, 미국발 경제위기, 계속되는 정부와 일부 대형교회의 종교편향적 행보, 그리고 지난 8월 24일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복지 포퓰리즘 논란 등…. 우리 국민들 모두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갈등과 반목으로 진통 중이다. 풍성하고 평화로운 가을의 수확은 요원해 보인다.

왜 이렇듯 국론이 분열되고, 사람들은 서로를 증오하는가. 부처님은 이미 오래전 이것이 우리가 올바른 통찰력을 갖지 못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파하셨다. 자신 안의 그릇된 분별심과 지나친 신념이 우리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주의 ‧ 주장에 집착하고 종교적 교의에 갇혀 있다. 그렇지만 주의 ‧ 주장이나 종교적 편견에 매달리지 않거나 그것을 곧이곧대로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의 경직된 관점을 가지고 논쟁하지 않는다.” (잡아함경 제12: 301경)

시비(是非)를 명확하게 가리면서도, 상대방의 말을 따뜻하게 듣고 포용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 결국 각각의 개인이 더욱 지혜로워지는 수밖에 없다. 이번 수확의 계절을 맞아, 우리는 다시금 편견과 집착을 버린 지혜로운 국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혜의 수확’으로 우리의 영혼을 채워야 한다.

우리들의 고향은 우리가 살아있는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이다. 그것을 깨우칠 때에만 모든 인연과 공간을 우리의 ‘고향’으로 삼을 수 있다.

- 법진 스님/불교저널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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