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사(玄沙 835~908) 선사의 자는 사비(師備), 복주(福州) 태생으로 부용산 영훈(靈訓) 화상께 출가하여 개원사(開元寺) 도현(道玄) 스님께 계를 받고 설봉(雪峰)의 법을 계승하였다. 설봉의존(雪峰義存)에게 인가를 받고 오미선(五味禪)을 닦아 수행하기로 하고, 재를 넘어가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져 아픔을 느낌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고 이후로 재 밖을 나가지 않았다 한다.
축지(蹴地)는 ‘땅을 찬다’는 뜻이니, 사람이 땅을 차면 자기 발만 아프다. 일여하게 선정에 있다가 자기 발이 아픈 순간 도에 계합한 것이다. 이러한 현사선사의 문하에 갓 들어 온 어떤 스님이 선사께 물었다.
“저는 이제 막 선문(禪門)에 들어왔습니다. 선문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일러 주십시오.”
선사는 대답대신 그에게 되물었다.
“저 골짜기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느냐.”
“예, 들립니다.”
“그 소리를 따라가거라.”
또 어느 날 현사 선사께서 나한계침(羅漢桂琛 867~928)과 함께 방장실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밤이 깊어지자 시자가 문을 닫으니,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문을 모두 닫으면 그대는 어디로 나가려는가.”
계침이 말하였다.
“무엇을 문이라 합니까?”
어느 날 현사선사께서 대중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수행자의 본분이 중생을 구제하는데 있다면, 다음 3가지 환자가 찾아올 때 어떻게 교화시키겠는가? 장님에게는 쇠망치를 세워 보인들 보일 리가 없고, 귀머거리에게는 입이 아프게 말을 해도 들을 수가 없으며, 벙어리에게는 말을 하라고 한들 말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 교화해야 되겠느냐? 그런 사람들을 교화시키지 못한다면 불법에 영험이란 없지 않겠느냐?”
이때 한 스님이 현사선사의 말뜻을 알지 못하여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 선사에게 가서 이 문제를 물었다. 그러자 운문선사께서 말했다.
“네가 알고 싶다면 먼저 절을 해라.”
그 스님은 가르침을 받고자 하여 절을 하고 일어나니, 운문선사가 주장자로 때리려 하였다. 그 스님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너 장님이 아니구나.”
이어 운문선사는 다시 그 스님을 앞으로 오라고 하시니 그 스님이 다가왔다.
“너는 귀머거리도 아닌 모양이구나.”
이어서 운문선사가 말했다.
“어때 알겠느냐.”
“아직 모르겠습니다.”
“허 벙어리도 아니네.”
운문선사의 이 말에 그 스님은 눈앞이 트였다.

혜거 스님/서울 금강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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