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범인은 노르웨이 태생의 기독교 근본주의자이자 이슬람 혐오주의자였다고 한다. 이 광신도는 노르웨이에서 늘어났던 이민자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분노와 박탈감, 또 유럽의 기독교 문명과 유럽인으로 구성된 순혈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런 학살을 저질렀다고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배타적인 신앙과 잘못된 민족주의가 만났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재앙이 초래될 수 있는지를 새삼 웅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멈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번 대학살이 이렇다 할 종교적 ‧ 사회적 분쟁이 없고 국민 행복지수도 최상위권이었던 노르웨이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테러의 위협은 사람들을 막연한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 한 사회를 경직시킨다. 이제 그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다문화 사회에서 초래되는 긴장과 반목, 그리고 근본주의적 종교가 빚고 있는 갈등은 우리 사회도 점점 심각해져 가는 추세다.

부처님은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공연히 산목숨을 해치지 않고, 성내는 마음을 갖지 않으며, 다른 이를 이기려고 애쓰지 않아 널리 모든 중생을 사랑으로 감싸면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리라”(중일아함경 제48)고 설하신 바 있다. 불교는 그 본바탕이 자비로운 마음과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분노의 원인을 찾아 그 뿌리를 근절하기 위한 밝은 가르침이다. 불교는 ‘내치는’ 종교가 아니라 ‘감싸는’ 종교이다. 그것이 부처님의 지혜이며, 불교의 힘이다.

이제 우리부터가 전 세계적인 비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자신의 신(神)이 아닌 모든 종교를 우상 숭배라고 비난하는 배타적인 종교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선(善)과 악(惡), 우리편과 상대편, 적군과 아군이라는 억지스러운 이분법을 넘어서서, 모든 중생을 감싸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희망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존재를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법진 스님/불교저널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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