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전실(前室)에 불법을 수호하도록 배치된 천(天)ㆍ용(龍)ㆍ아수라(阿修羅) 등 신장(神將)은 8종(八部神將)이 아니라 9종(九部神將)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정호 동국대 경주캠퍼스박물관 전임연구원(불교미술사 전공)은 21일 신라사학회 제104회 발표회에서 논문 ‘석굴암 전실의 중수(重修)에 관한 제(諸)문제’를 통해 팔부신장 중 아수라상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기 다른 조각을 이어붙인 것이므로, 팔부신장이 아니라 구부신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 석굴암 아수라장의 현재 모습
일제 강점기 석굴암의 수리는 문화재 복원이 아닌 토목기사들에 의해 시행됐고, 당시의 토목공사는 해체복원이라기 보다는 개조(改造)에 가까워 당시의 공사로 인해 석굴암 원형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이 멸실됐다는 것이 한 박사의 주장.

한 박사는 이어 “아수라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붙은 하반신은 원래 다른 팔부신장상의 하반신이며, 그것을 분리해 뒤집어 놓은 모습이 원형”이라면서 “이처럼 서로 다른 개체의 조각상을 하나의 상으로 조합하기 위해 조각상의 일부에 가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의 아수라상은 일제강점기에 실시된 1차 수리공사(1913-1915) 당시에 원래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분리된 채 발견됐다가 결합, 복원되고 그 후 1962-1964년 석굴암 복원공사 당시에 일부 손질을 가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석굴암미학연구소 성낙주 소장은 “개인적으로는 한 박사의 문제 제기에 찬동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철옹성과도 같은 석굴암 관련 대가(大家)들의 주장에 젊은 미술학도가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담대한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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