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절이 들어서기까지에는 ‘서원’을 세우고, ‘기연’을 경험하고 ‘원력’을 쏟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덕산 성도사(주지 무문 스님) 역시 10여 년 동안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성도사는 대구의 영산(靈山) ‘앞산’ 즉, 대덕산 자락에 앉아 있는 도량이다. 성도사가 일대는, 과거 후삼국시대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파군재에서 패한 후 숨어들었을 정도로 울창한 산세를 자랑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산허리까지 인세(人世)의 가옥들이 치고 올라섰다. 성도사는 말 그대로, 포교 원력이 자자들 수 없는 ‘도심 속 도량’인 셈이다.
“성도사를 찾는 대중(불자)들이 편안하게 신행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회를 많이 하지 않아도 대중(불자) 스스로 기도와 참선에 매진하고, 사중 대소사(大小事)에 자신의 여력(餘力)에 맞춰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게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무문 스님(성도사 주지)의 말처럼, 성도사에서는 초하루 법회 이후 7일간의 기도만이 유일하게 진행된다. 여느 사찰에서 초하루 법회 말고도 일요법회 관음재일 지장재일 등을 봉행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성도사를 찾는 불자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사찰에서 주도하는 법회나 기도 외에도 불자 스스로 신행의 고삐를 쥐고 선업을 쌓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무문 스님의 바람처럼, 성도사는 사찰의 영역을 뛰어넘어 불자들이 주도하는 신행의 터전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성도사의 문을 처음 연 스님은 옥포 용연사 주지로 있던 혜인 스님이다. 1970년 어느 날 대덕산 신라고찰 은적사에 참배하고 내려오던 혜인 스님이 사하촌 한가운데 서기가 뻗쳐오르는 한 채의 집을 보고 인수했다. 그리고 혜인 스님은 자신의 상좌를 그 곳에 보냈지만. 얼마를 있지 못하고 그 상좌는 선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후 그곳은 오랫동안 방치되다 시피 하다가, 지금의 성도사 주지 무문 스님과 인연이 닿았다.
“이 절(성도사)에서 첫 밤을 보낼 때였죠. 삼경은 고요하고 달빛은 봉창에 올라와 있었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선잠에 문을 열고 보니 형상은 험상궂고 걸망은 짊어졌으나 복색은 남루한 걸인 스님이 ‘나와 같이 살자’며 다자고자 방에 들어왔는데, 문수보살님의 화현이시지 않겠습니까. 생시와 같았습니다. 그 현몽이 계기가 되어 성도사에 눌러 앉게 되었고, 문수기도에 원력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무문 스님은 문수보살을 현몽한 그날 문수기도에 임했고, 성도사는 많은 불자들 사이에 영험 있는 기도도량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협소하기가 이를 때 없고 비가 올 때면 법당에 비가 떨어졌던 성도사는 무문 스님의 1000일 기도 회향을 기점으로, 지금의 사격으로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5월 17일 지금의 성도사로 우뚝 올라설 수 있었다.
그때 조성된 30여 평 규모의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전통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고, 좌우 상단에는 지장보살과 화엄성중을 비롯해 여러 불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 앞뜰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 사자좌문수보살상이 앉아 있다. 또한 성도사 일주문 좌측 담 벽에는 작은 자연석 2개가 붙어 있는데, 하나는 문수보살 형상이고 또 하나는 기도하는 스님의 모습이다.
“성도사 대웅전 불에 수임을 맡아 한창 준비에 골몰하던 어느 여름날, 신도 한 분이 덕동호(경주) 상류에 있는 덕동마을의 개울에서 찾은 자연석.”이라고 설명한 무문 스님은 “이 곳을 지나칠 때마다 이 벽면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스님이 기도하는 모습과 문수보살의 형상’을 여실히 찾을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한 날 한 장소에서 기도하는 스님의 모습과 문수보살의 형상을 닮은 자연석이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발견될 수 있었는지? 또한 그것들을 사찰에 가져올 수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부처님의 가피력이라는 생각 밖에 할 수 없다. 성도사를 들고 나는 많은 불자들은 이 벽면을 보고 어떤 불연을 맺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성도사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 9동 379-26번지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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