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절》은 철학을 전공한 현직 불교신문 기자가 지은 사찰탐방기다. 사찰탐방기라 뻔할 것 같지만 다르다. 여느 사찰탐방기처럼 절의 구조나 역사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는 과거의 역사를 불러 현대 사회를 읽는다. 호랑이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세워진 호압사를 찾아서 “밤길에 등 뒤를 노리던 야수(호랑이)의 위세는 오늘날 치한과 퍽치기, 음주차량이 대체했다”고 적었다.

기자는 안성 칠장사에서 임꺽정을 생각하고, 제주 서관음사에서 4.3사건을 들춰낸다. 기자는 찾아간 사찰의 전체에 집중하지 않았다. 사찰 각각이 지닌 다른 이야기를 찾았고 그것에 집중했다. 순창의 절에서는 고추장을 찾았고, 안동의 사찰에서는 제비원을 짚었다. 인문학 바탕에 기자의 세밀한 시선으로 마흔 두 곳의 사찰탐방기를 채웠다.

기자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절에서도 그 절 안의 ‘깨달음’ ‘생명’ ‘역사’ ‘풍경’을 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연을 찾아 사찰에 알려주고, 곳간까지 열어주는 반가움에 하루”를 보내며, 남들이 모르는 사연을 콕콕 집어내 맛을 즐겼다.

《길 위의 절》은 사찰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집중력이 흥미롭다. 언제 창건 돼 누가 주석했다는 식의 정보를 기대하지 말라. 기자는 감추어진 소재를 조연으로 등장시켜 주연인 생명과 깨달음을 풀고자 했다.

장영섭/불광출판사/13,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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