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정신을 압도했던 시대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물질이 최고의 가치로 꼽히는 시대에서도 우리의 가슴은 먹먹하다. 대통령마저 화해와 소통이 힘들어 스스로 생을 다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의 슬픔은 마음 속 근원마저 흔든다. 우리의 먹먹한 가슴의 울림을 무엇으로 풀 수 있을까?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는 먹먹한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준다. 물질을 좇는 우리와 반대로 살아가는, 거꾸로 삶을 사는 지리산 속 두 스님들의 토굴 수행기는 소박한 일상에서 찾는 소중한 법문으로 다가온다.

한 평 토굴에서 행복이 충만하고, 그 행복을 세상 모든 존재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애쓰는 수행자들의 청빈한 삶, 감동적인 일상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배추벌레를 위해 벌레용 텃밭을 만들고, 개미와 쥐,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창문에 집을 지은 벌들의 집을 떼지 못해 덧창문을 포기하고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참아내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입가의 미소는 그칠 줄 모른다.

책의 주인공은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이다. 지리산 화개골 맥전마을에서 버려진 헌 문짝과 헌 나무들로 만든 한 평 남짓 토굴에서 함께 정진하는 두 스님 수행이야기는 옹담샘의 청량함과 맑은 공기의 상쾌함처럼 다가온다.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지만 세속과의 거리감은 좁다. 로또, 삼재, 잘 죽는 법, 태교, 수행자와 화장품 등 저잣거리의 대중들이 살아가며 접하는 것들 또한 스님들의 일상에서 괴리돼 있지 않다. “로또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스님들도 고민해 봤단다. 두 스님의 결론은 복권 당첨 후 불행해 지기보다는 전액 기부하고 그 공덕으로 행복해 지기로 했다는 것. 로또 맞으면 빚 갚고 차 사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주는 법문은 무겁지 않고 깊다.

두 스님은 수행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수행을 하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나침반을 제공한다. 책 말미에 티벳 까규파(Kagyupa)의 법왕 까르마빠의 채식 법문을 담았다.

천진 스님 글, 현현 스님 엮음/불광출판사/12,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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