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불교 정화운동의 기수로 활약했던 청담 스님의 깊은 사상이 담긴 열반 40주기 법문집 <인생>이 출간됐다. 청담 스님—. 한국 근현대 불교의 파란만장한 굴곡을 누구보다 앞서 통과하며, 한국불교의 재건과 중흥을 위해 앞장섰던 큰스님. 안으로는 1,600년 역사에 빛나는 수도승단을 재건하고 밖으로 시대가 요청하는 대중불교를 실현하려 애쓰셨던 대종사(大宗師). 불자라면 지나칠 수 없는 스님 중의 스님.

그러나 커다란 족적을 남긴 선사(禪師)의 법문은 결코 거창하거나 무겁지 않다. 쉬우면서 잘 읽히고, 머릿속에 쏙쏙 와 닿는다. 설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법어들이지만 그러한 오랜 시간적 간격이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스님이 생전에 마음공부를 중시하시고 ‘참선’과 ‘참회’의 가치를 그토록 강조하셨기 때문일까. 법문을 통해 소박하고 겸손하면서도, 한 치 흔들림 없이 확고한 스님의 ‘마음’이 마치 어제의 법어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스님의 혁혁한 업적 중 하나로 ‘불교신문’(당시 ‘대한불교’)을 창간해 한국 불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일을 꼽을 수 있다. 불교신문 주필을 법정 스님에게 맡겨 뛰어난 글들을 발표하게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청담 스님은 일찍부터 신문 ‧ 방송을 통한 ‘언로(言路)’를 중시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선 그러한 스님의 혜안(慧眼)의 일면을, 스님의 뛰어난 ‘말솜씨’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선어록을 평생에 걸쳐 깊이 있게 섭렵한 내공이 스님 특유의 ‘차분함’과 만나 귀중한 법문으로 채워진다.

도선사 주지이자 청담 스님의 상좌로 이번 법문집을 엮은 선묵 혜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청담 사상은 극락사상과 인욕(忍辱)사상, 호국사상으로 집약된다. 그 사상의 근저에는 언제나 마음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정화(淨化)정신으로 발전하였다. 그럼, 정화란 무엇인가. 곧 마음을 깨끗이 씻고 새로움으로 향하는 정신을 뜻한다.” 결국 청담 스님에게는 마음을 갈고 닦는 ‘수행’과 불교와 세상을 정화시키는 ‘행동’은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정각(正覺)이 그러했듯이.

청담 스님 1902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석전 스님과 만공 스님의 문하에서 불법을 배웠고, 이후 합천 해인사 주지, 서울 도선사 주지, 동국학원 이사장, 통합종단 총무원장, 제2대 조계종정 등을 역임했다. 1947년 ‘봉암사 결사’ 당시 수좌대회를 열고 이후 계속적인 정화를 주도하며 조계종단의 주춧돌을 놓았다. 1971년 11월 15일, 도선사에서 세수 70세, 법랍 46세로 입적하였으며 저서로는 《나의 인생관》, 《마음》, 《반야심경 강의》, 《현대 위기와 불교》 등이 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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