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지진 ‧ 쓰나미 피해를 바라보는 심경은 참담하고 숙연하다.

우리는 지난 3월 초 자연의 작은 뒤척임 한 번에 평생을 쌓아온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날아간 현장을 보았다.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해 애타하던 피해자들의 울먹임을 보았고, 세계경제를 이끌던 선진국 국민들이 절박한 갈증과 추위에 고통 받는 모습도 보았다. 또한 전 일본 열도가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누출 공포로 떨고 있는 현실도 보고 있다.

가까운 이웃의 유례없는 고통을 보며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대다수의 국민은 측은지심으로 빨리 복구되기를 응원하고 있으나, 혹자는 남의 고통에 막말로써 상처를 더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껄끄러운 역사적 감정과 종교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비란 모든 중생을 자신의 갓난아기처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베풀어주고, 너무나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구해준다.”(「大慈與一切衆生楽,大悲抜一切衆生苦」智度論 27.)

불교는 慈悲(자비)의 종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한없이 자애롭고 큰 자비는 과거의 앙금과 무분별한 적의를 모두 물리치며, 오로지 고통을 함께 나눌 뿐이다.

부처님은 <숫타니파타>에서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들을 목숨 바쳐 구하듯, 모든 존재에 대하여 한량없는 마음을, 온 세계에 대하여 자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커다란 아픔에 직면한 이웃을 돕는 일은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본을 끌어안는 자애의 마음이며,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이다.

힘내라 일본….

- 법진 스님/불교저널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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