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그 한 물건이란 어떤 물건인가? ‘하나’란 것은 소리도 없고 빛깔도 없어서, 뜻으로도 말로도 표현할 길이 끊어졌으며, 알쏭달쏭해서 보면 있는 듯하다가 메아리처럼 홀연히 사라져서 뒤쫓을 수 없고 황홀하여 헤아릴 수도 없으니…" (有一物於此 一物何物 祇這一著子 希夷焉 絶情謂 焉 看似有 響然 難可追 恍惚然 難可測)

법당에는 차가운 봄바람과 부딪치며 울리는 풍경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17일 오후 3시, 서울 미타사 대승암에는 스님들이 한 분 한 분 모여들었고, 이윽고 40여분의 스님들이 자리에 정좌했다. 강주 스님이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반야(般若)의 맑은 가르침이 법당 안을 채웠다. 노스님들의 눈빛이 풍경처럼 맑게 울리고 있었다.




스님들의 공부모임인 불교경전연구회(회장 무각 스님 ‧ 쌍문동 공생선원장)은 미타사 대승암(주지 명수 스님)의 법당에서 청주 법인정사 선원장 설우 스님을 초청해 <금강경오가해> 강독을 시작했다. 이번 <금강경오가해> 공부는 지난 1월, 쌍계사 승가대학장 통광 스님을 강주로 모신 2년간의 선어록 공부모임을 회향한 이후로 새롭게 결의한 결사다. <금강경오가해>는 규봉(圭峯)과 육조(六祖), 부대사(傅大士), 야부(冶父), 종경(宗鏡) 큰스님 등의 금강경 주해에 조선 초 함허(涵虛) 스님이 설의를 붙인 책으로 금강경의 깊은 뜻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소의경전이다.  

설우 스님은 첫 공부모임을 시작하며 “여기 계신 여러분과의 만남 자체가 부처님의 인연법을 따른 것인데, 우리가 이렇듯 청정한 정신으로 부처님 법을 배우는 일보다 더 큰 공덕은 없다”고 말하면서 “벼락같이 견고하고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봄빛처럼 흔적이 없는 금강반야바라밀의 높은 가르침을 함께 공부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 설우 스님
강주 설우 스님은 조계종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조계종 기본선원 교선사를 맡고 있는 등 선가(禪家) 경전에 통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강경 원전과 그에 대한 ‘오가해(五家解)’를 바탕으로, 간화선의 맥락을 두루 해설하는 스님의 강문이 특히 돋보였다. 본래 이번 공부모임은 1년 예정이었으나, 설우 스님은 1년이란 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금강경오가해>를 될 수 있는 한 철저히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불교경전연구회는 지난 2005년 조계종 교육원이 개설한 서울불교전문강당 졸업생을 중심으로 첫 모임을 결성한 이래 2006년 5월 공식 출범한 승가모임이다. 연구회가 만들어진 후 햇수로는 벌써 7년째에 접어든 셈이다. 경전연구회는 그동안 <육조단경>, <유식삼십송>, <임제록>, <대승기신론> 등의 경전을 공부하면서 초발심을 일깨우고 상호 경책하며 불법을 탁마해왔다.

경전연구회는 과거엔 구족계 수지 후 15년 이상 된 스님에게만 입회 자격을 부여하는 등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왔다. 그래서인지 17일 대승암에서 <금강경오가해>를 읽는 자리에도 법랍 높은 노스님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경전연구회는 보다 많은 스님들이 공부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근 문호를 개방해, 참가자격을 조계종 스님 전체로 확대했다.  


▲ 무각 스님

불교경전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무각 스님은 “우리 연구회처럼 스님들이 7년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공부모임을 이어왔다는 것은 보통 쉽게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구회의 공부모임엔 주로 서울과 수도권의 스님들이 참여하며, 멀리는 온양과 대전에서 찾아오는 스님들도 있다고 한다. 무각 스님은 “다들 포교 현장 일선에 계시는 바쁜 스님들임에도 이렇게 연구회 활동에 끊임없이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무각 스님은 “경전연구회에서 갖는 매달 한 차례의 결사는 회원들이 각자 포교현장에서 쌓아온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며 상호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면서 “치열한 자기 수행과 더불어 경전공부로 바른 안목을 길러야 청정승가의 가풍을 유지하는 동시에 포교의 덕행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경전연구회의 <금강경오가해> 강독은 매달 셋째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미타사 대승암에서 진행된다. △문의: 011) 9929-4457.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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