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들이여,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이다.”

부처님의 열반을 묘사한 장면은 언제나 불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생전에 부처님은 세계의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그렇듯 모든 것이 ‘연기(緣起)’하므로, ‘나’는 없다. 일체는 무상하다. 이 진리로부터 ‘인생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것’이라는 부처님의 육성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누구보다 철저히 깨달았기에, 부처님은 그 누구보다도 외롭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처님의 미소는 세계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외로움의 웃음’이었다.

소설가 정찬주의 <니르바나의 미소>는 부처님이 웨살리에서 비구들을 모아놓고 당신의 열반을 선언하신 때부터 끝내 꾸시나라의 변두리에 있는 살라나무 숲 속에서 눈을 감으신 열반의 순간까지 3개월의 노정을 따라 흐른다. 소설은 조용한 대나무숲처럼 평화롭고, 곱게 나이든 여인의 옷깃처럼 단정하다. 작가가 묘사한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마지막 순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므로 오히려 더욱 서글프고 처연하다.

소설 속에서 죽음 앞에 선 부처님을 바라보는 화자는 25년간 부처님을 시봉해온 제자 아난다이다. 마하깟사빠(가섭존자) 같은 몇몇 뛰어난 비구들은 부처님이 열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아라한이 되어 삶의 무상함을 통찰하고 있었으므로 눈물을 흘리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속가 동생이자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한 아난다는 달랐다. 그는 보통사람들처럼 몹시 당황했으며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작가는 아난다의 감정을 통해서 부처님의 열반을 대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나약한 안타까움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우리들 자신이 그러하듯 말이다.

저자 정찬주는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을 토대로 부처님의 마지막 삶의 풍경을 소설 안에 섬세하게 복원해냈다. 책 곳곳의 불교의 원형(原形)이 담겨있는 좋은 사진들도 부처님의 열반을 함께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했듯, 아라한이 되지 못한 보통사람들, 고아 출신 유녀(遊女), 암바빨리, 대장장이 쭌다, 장사꾼 뿍꾸사 등을 따스히 바라보는 부처님의 미소도 소설 속에 가득 흩뿌려져 있다. 소설을 덮은 후, 부처님이 떠나신 자리에는 이제 그 광대(廣大)하며 텅 빈 진리만이 고요하게 남아있다.

- 박성열 기자

정찬주 지음 / 한걸음 더 / 12,000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